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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지음 Sep 14. 2020

틈틈이 이사 준비

컨셉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4일 차

이사를 준비한다. 2015년부터 두 번의 전세집을 거쳐 첫 우리집을 찾았다. 서울에서 벗어난, 나무가 많은 크고 작은 공원들을 곁에 둔 집이다. 지난 달 계약을 하고 고개 드니 벌써 구월. 습하고 텁텁한 바람이 가시고 한층 가벼워진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이사까지는 삼십여일. 중간에 명절도 끼어있어 시간은 금방 갈 거 같다. 명절이라고 특별히 하는 것도 없지만.


버릴 물건을 체크해보았다. 네 칸 서랍장 두개, 오층 수납장 하나, 화장대, 렌지대, 책상, 아이 옷서랍. 부피가 큰 것만 이만큼이고 작은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구야 필요 없어져서라지만 이사 때마다 ‘쓰레기에 집을 내어주고 살았구나’ 느낀다. 이사라는 큰 행사가 아니더라도 꽤 자주 깨닫는다. 계속 버릴 게 생기는 게 신기하고 계속 버렸는데도 또 나오는 건 기이할 정도다.


오늘은 작은 아이 장난감을 팔았다. 거의 새 것에 가까운 상태라 팔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좋은 인상의 여자 분이 사가셔서 더욱이. 작은 손 소독제도 같이 드렸다. 내손에 만 오천원을 보고 주원이가 우와! 하나야 두개야? 우리 뭐 사먹을까? 물어 정말 귀여웠다. 중고 거래도 거래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른데 오늘은 특히 편안하다. 아무튼,


대부분 버리고 시작하는 우리의 보금자리. 첫 우리집인 만큼 새삼스런 기대가 크다. 사진도 걸고 조명도 바꾸고 이렇게 소소하게 내 마음따라 꾸미며 살고 싶다. 하얀 인상의, 수납 공간이 많은, 창문 하나에도 막힘이 없는 집. 잠깐 마주했던 집이 벌써 가물하지만 첫 눈에 들어온 깨끗함은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다. 먼저 살던 분들의 공이다. 곳곳에 아낌이 묻어나 감탄했다. 어떤 집이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 공간에 누가 사는지가 참 중요하다고 처음 느꼈다. 이어 우리가 살아가며 어떻게 변화할까


많이 아껴줄 생각이다.

똥손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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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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