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매트 위다. 입춘이 지나 새벽이 환하면 그때엔 밖엘 나가 걷고 싶다. 정확한 날은 모르나 3년 가깝게, 혹은 넘도록 나는 매일 아침 편지를 썼다. 아침 눈을 뜨고 금세 사람에 둘러 싸여 외로움을 지웠지 않나. 새삼 내가 사랑에 목이 마른 것을 느낀다.
어제부로 매일의 아침 편지는 막을 내리기로 했다. 뾰족한 주제를 잡아 글을 쓰고 싶다. 쉼표를 찍지 않는다면 이대로 세월이 갈 것만 같았다. 마냥 해맑고 즐거웠던 어제에도 외롭고 아쉬운 오늘 새벽도 감사한 마음 뿐이다. 진즉 이런 시간이 필요했지 싶어서다.
무얼 얻는다는 건 잃음을 뜻한다. 누군가는 강박이라 부를 만큼 어떤 날에든, 어딜 가서도 같은 시간 휘라락 글을 써서 올리기를 그치지 않았다. 모 작가님은 대작보다 다작이 어려운 법이라고,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렇게 얻고 잃었으나 결국 매일을 써내려가며 가능성을 열었다고 본다. 쓸 수 있다고 나는, 쓰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오래 묵은 형광등을 켠 것 마냥 창밖이 희끄무레하다. 엷은 하늘빛에 오늘을 예감한다. 먹먹하니 흐린 날은 괜히 마음이 섭섭하다. 물론 멀겋게 쌓인 구름은 어느새 바람 따라 날아갈지 모른다. 그래 나는 노랗게 부서지는 햇볕을 좋아한다. 이건 본능이지 싶다. 태양은 생명을 조사하지 않나.
날이 그래 우울하다고, 기분이 처진다고 말했던 친구가 생각난다. 오르면 내려가는 것을, 널뛰는 그네처럼 삶이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내려가는 것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성공은 좋은데 실패는 싫어한다. 기분이 방방 뜨는 것은 좋아하고 가라앉는 건 불안해한다.
몇 년이고 명상을 하며 알은 게 있다. 그건 곰처럼 감정기복이 적은 나같은 인간조차, 하루 만에도 수차례 물결이 친다는 거였다. 의식하지 않을 땐 몰랐다. 선이 굵어 확연한 감정은 너도나도 알아차리지만, 잔잔하게 오르내리는 감정은 알지 못했다. 실은 내 마음을 알지 못했다는 것마저 알지 못했다고 본다.
어영부영 아침을 건너 나는 일하러 간다. 이렇게만 한 세월을 살지 싶고, 그런 생각에 빠지면 우울해진다. 오늘이 영원하다는 건 하는 일이나, 옆에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흘러갈 생각을 붙잡고 허우적댈 때, 그렇게 나와 세상의 한계를 짓고 스스로 감옥을 만들 때에 이 괴로움은 영원하다.
세상은, 그리고 나는 생각 너머라는 걸 기억하련다. 잔말말고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오늘에 충실하고 싶다. 지금 이대로 충분히 행복하기를 허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