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오랜만이에요. 편지로 인사드리는 건요.
잘 여물고 계신가요? 오늘 한 해 첫 보름이자 보름달이 뜨는 날인 대보름(上元)입니다. 농경 사회였던 나라에선 보름달이 가진 의미가 컸다고 하지요. 대지의 풍요를 빌기 위해 그렇고, 음력 따라 자연계절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제법 눈이 내려요. 포실포실한 것이 바깥에 소복합니다. 절로 창에 눈길이 가요. 지난주엔 밖을 내다보며 이 겨울 마지막 눈이려니 애틋했는데, 어째 그칠 줄 모릅니다. 몸 마음은 어떤가요?
어제 글로(glo)에서 줌(zoom) 강연을 했어요. 퇴근이 늦은 날이에요. 허둥지둥 자리해 사람들을 맞이했습니다. 누가 떡을 주는 것도 아닌데 배가 불러요. 어제가 그렇고 매 강연이 그래요. 어디 가서 제 이야길 펼칠 수 있을까요. 평일 저녁 귀한 시간을 내어 주신 것이 그저 고맙습니다.
물론 제 시간도 귀한 줄 알아요. 책을 읽고 정리해서 말하는 나 스스로가 기특하고요. 자기 자신을 구해야 타인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이 꼭 맞아요. 우리는 '나'를 먼저 구할 수 있어야 해요. 결국 나 자신을 대하는 그대로 타인을 대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 곧 사랑하는 그대에게 주는 것이 됩니다.
문득 미국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실험이 떠올라요. 철사로 만든 엄마 원숭이 모형과, 헝겊으로 지은 엄마 원숭이 모형을 새끼 원숭이와 두었던 실험이에요. 한 번 즘 책에 읽으셨거나 사진을 보셨을까요?
모성애에 관한 실험이에요. 결론을 말하자면, 새끼는 젖을 주는 철사 모형보다 헝겊 모양의 엄마 원숭이를 더 좋아했다고 하지요. 하나같이 같은 결과였다고요. 안타까운 건 실험 이후입니다. 헝겊 모형에 붙어 자란들 '사랑'을 받았다고 말할 수 없는데요. 사랑받지 못한 새끼 원숭이가 자라 우리에 들어갔을 때 다른 원숭이와의 교류가 어려울 뿐 아니라, 공격성이 크고 자폐, 불안 등 병리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발정이 난 이후에도 죽도록 상대를 물어뜯기만 해서요. 강제 인공 수정을 했더니 낳은 새끼를 걸레처럼 바닥에 내팽개쳤다고 하지요. 받은 것을 돌려주는 셈이에요.
사실 우리 대부분은 사랑에 젬병이에요. 그럼에도 오늘 살아 숨 쉬는 것은 아무래도 받은 사랑 덕택입니다. 설사 사랑받지 못한 기억뿐이라도,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은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예요. 원숭이만 그러지 않고 사람 역시 같게도 사랑 없인 살 수 없습니다.
오늘을 실감하며 무어라도 내어주는 하루를 보내리라, 목표하면 어떨까요? 따듯한 사랑이 나와 그대를 살게 하는 오늘이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