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엉망진창하자 하민혜

자유

by 하민혜


당신은 꿈을 향해 아기의 걸음마 같은 기초단계를 밟기보다는 절벽 끝으로 달려가 몸부림치며 절규한다. "뛸 수가 없어, 안 돼, 못 해." 아무도 당신에게 뛰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당신의 자아가 만들어낸 극적인 장면일 뿐이다. 정작 가장 극적인 장면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종이 위나 화폭 위, 찰흙 덩어리 속, 또는 연기수업 시간의 창작활동 안에서 벌어져야 한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웨이>


그간의 삶을 살피자면 '자유'를 중시하는 집안에서 자라나, 무엇보다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길러왔다. 자칫 나쁜 남자를 만나고 그보다 더한 나쁜 남자를 만나거나, 대학에 들어갔다가 때려치우고, 다시 대학을 들어간다던지. 막을 수 있었던 사기를 당하거나 유럽, 동남아시아, 미국엘 가서 정처 없이 지낼지라도 그러마고 마음먹고 움직이는 나를 막는 부모님은 없었다. 자연스레 삶에 가장 우선하는 가치는 '자유'가 되어 있었고 '하지 않을 자유' 역시나 '하고 싶은 대로 할 자유'만큼 중요했다.


누가 보아도 실패로 결론짓거나 망한 연애일지라도, 후회할 시간을 줄이기 위해 또다시 행동하는 것을 선택했다. 집시와 다를 바 없이 인생을 살아온 내가 결혼 후 자녀를 낳고부터 모든 자유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기저귀를 차고 어기적 걷는 아기처럼 지난 10년간 나는 부자연스럽게 살았다. 머리를 휘어 잡히고, 쌍둥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에게 번갈아 젖을 물리며 나를 지웠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도록 눈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아이들을 좇으며 지냈다. 자유를 놓고 살아간 10년은 관성에 젖어 시녀처럼 끌려가 하나하나 지시받기를 바라는 나를 보게 했다. 길을 일러줬으면, 맞을지 틀릴지 알려줬으면, 나는 이제 나를 찾으려 한다. 하라는 대로 하는 건 내가 아니다. 생각에 사로잡혀 가능성을 운운하며 미적거리는 것 역시 내가 아니다. 나는 무모하도록 내지르고, 접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반드시 행동을 선택할 뿐 그 자리에 주저앉지 않는다. 마치 크고 무거운 몸을 틀어 방향을 바꾸듯, 한 걸음 한 걸음 스스로 걷기 위해 오늘도 나를 비틀어 세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992년 어느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