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봄을 즐기는 그대들이 부럽지 않다.
오늘의 작가님은 또 한 번 나의 말문이 막히게 했다. 나는 그저 원고만 내밀고 들으면 될 것이었다. 질문을 만들어갔지만 물을 새 없이 의문을 품은 부분을 해소해 주셨다. 내 입에서 한마디 말을 내뱉지 않는 대화에서 이토록 무릎을 치며 빠져든 일이 있었나? 실은 대표님이 치열하게 나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을 안다. 바쁜 스케줄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발아래 무수한 연구생들 중 하나인 내 글이 그를 사로잡았으리라 생각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의 심산을 꿰뚫고 말 그대로 무장해제를 시켜버리는 느낌이었다. 이토록 명료하고 단단해지기 위해선 어떤 길을 가야 하는 걸까? 이상이 될만한 작가를 스스로에게 물을 때, 얼른 이정훈 작가님이 떠올랐다. 삶이 닮지 않았고 같은 여성이 아님에도, 그가 가진 통찰력과 사람을 울리는 글은 그의 말마따나 나를 욕망하게 한다.
실은 지금에 멀쩡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은 비밀이자, 비밀이 아니다. 치열하게 나를 탐구하고 질문하지만 세상에서 보았을 때 지금의 나는 정체되어 있고, 지체하며 소외된 모양이나 다르지 않다. 보통의 경우 외부로부터 부딪혀 오는 파도에 못 이겨 그런 모양일 적은 있었지만, 지금에는 스스로가 그런 모습을 자처했다. 몸이나 마음이 꺾일만한 사연이 없었냐 하면 거짓말이다. 다만 그 시기를 무던히 넘기고 넘긴 안전한 지금에 부러 멈춤 버튼을 누르고 섰다. 앞을 향해 달려가며 나를 돌아볼 새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득에 올라오는 불안이나 무기력에는, 남들에 비해 조금 더 나아가지 못한 모습 때문이라 여기며 채찍질을 했다. 가지 못하고 오지도 못하는 느낌으로 멈추고 서니 내가 있는 이곳이, 나의 마음 상태가 주변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의 계절은 지금 꽃피는 봄이 오기 전 겨울에 멈춰 있다. 그 어느 시절보다 치열하고 강렬하게 나를 욕망하며 안으로, 안으로 탐구한다. 다시는 없을 오늘임을 알기에 책을 내건, 사람들을 만나건 그 어느 것 하나 정성껏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서점을 내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나를 넘어선 하민혜를 만날 일이 벌써부터 설렌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하민혜가 그리울 것을 알기에, 소중하게 오늘을 담으며 한 걸음씩 걸어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