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편지를 쓴 지 53주

(구독자에게 보내는 글이라 여기 처음 공개해요)

by 하민혜


그야말로 무덥네요. 초복이 지나고는 곳곳에서 여름 방학 소식이 들리고요. 몸 마음은 어떠신가요?


오늘은 이모저모 개인적인 소식을 전하며 이야길 나누려고 해요. 요가 지도자 과정을 밟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토, 일 종일 시간을 내려니 그게 참 어려워요. 한두 번이면 괜찮지만 매번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여간하지 않네요. 마땅한 과정을 찾지 못한 것도 맞고 어쩌면, 주말인 게 걸리는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 요가하고 집에 돌아와 씻으면서요. 결말이 어떻든 지금 수련에 매진하는 것이 나에게, 그리고 나의 삶에 얼마나 유익한가, 생각했어요. 좋아서 하는 것도 맞지만 지도자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는 거니까요. 어서 결과를 만들자고 닦달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지만, 하루하루가 모이고 쌓이면 결과가 있겠죠?




내일부턴 집에 아이들이 없어요. 딸의 뜻대로 방학 내내 국제 캠프를 가게 돼서요. 공항 가서 인사 나눌 걸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저립니다. 하루이틀 그 이상 떨어져 본 적이 없어요. 새벽 일어나 명상하는데 평소와는 달라요. 조금 더 분주하고 산만한 느낌입니다. 맞아요. '불안'이라는 친구가 찾아온 거예요. 호흡에 머물며 그 친구를 바라봤어요. 어느 순간 괜찮아집니다. 괜찮은 것보다 실은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단순히 자유롭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이런 새벽을 만나게 해 준 아이들에게, 뜻하지 않게 혼자가 될 시간에 감사한 거예요. 대부분의 날들은 지금과 별 다르지 않을 거예요. 아마 아침저녁으로 운동하고 책을 읽을 테지요. 아, 사실을 고백하라면 아이가 없는 나날들이 얼마나 색다를지 상상조차 가질 않아요. 저는 물론 아이들도 같은 마음입니다.



아침편지를 주욱 읽어오셨던 분이라면 예상하실 거예요. 국제 캠프는 제 뜻이 아니라는 것을요. 저는 누구에게든 무엇을 강요하거나, 강제하고 싶지 않아요. 그럴 필요가 없지요.



만약 아이가 핸드폰을 오래 붙들고 있다면 저 역시 화가 나기도 해요. 그런 날엔 '나'를 살펴요. 예로 마음이 불편하다면, 할 일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떨거나,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 줄 알면서 무얼 계속하고 있는 것이 아이인가, 나인가, 곰곰 생각해요.



우리는 세상을 보지만 거울을 보는 것과 같은지 모르겠어요. 모두에게 세상이 다른 이유죠. 몸을 쓰는 요가를 통해 저는 마음 쓰는 법을 수련하는 것 같습니다.


실은 요가만이 아니라 일을 할 때에든, 길을 걷든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금 여기, 나의 행동 하나하나 주의를 기울인다면 가부좌를 틀고 명상하는 것과 같다고 해요. 이렇듯 마음을 관찰할 때 점진적으로 우리는 마음을 '제대로'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대와 내가 자유로우면 좋겠어요.



오래전 아침편지를 시작하며 프로필에 적어둔 그대로예요. 나를 괴롭히는 것은 아이이거나, 또 다른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임을 알아차린다면 삶은 훨씬 가벼워집니다.


뜨거운 여름이지요. 지금 눈앞이 나의 마음 그대로라는 것을 우리 한 번 더, 실감해 보기로 해요. 그럼 다음 주 만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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