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만났어?

요가

by 하민혜

4년이 넘었던가. 동네 요가원을 찾았다. 한창 회사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았다. 살며 운동이라곤 숨쉬기밖에 한 적이 없었다. 아이 둘을 연달아 낳고 엄마 역할에 온 마음을 쏟으며 살았다. 내 몸이 어떻고엔 관심이 적었다.


불쑥 요가를 하러 간 것은 그러니, 운명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다이어트를 떠올릴 몸도 아니거니와 누가 추천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왜 때문에 나는 요가원에 제 발로 간건지 도통 모르겠다. 그쯤 새벽 명상을 시작했고 늦은 밤 아이들과 명상했다. 요가는 몸으로 하는 명상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은 한참이 지나 알았다.


내가 찾았던 요가원은 이제 보니 힐링 요가, 빈야사 요가가 중심인 곳이다. 요가에 종류가 있는 줄도 나는 몰랐다. 수련을 시작하면 언제나 음악이 흐르고 코 끝에 향이 번졌다. 한 달 즘 지나니 몸이 단단해진 걸 느꼈다. 무엇보다 요가를 안 하고 늙었다간 큰 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야들 거리는 몸이라 조금만 운동해도 금세 변화를 느꼈던 걸까. 성향이 그래놔서 누구보다 열심이기도 했다. 2,3년 즘 다니다 살던 곳을 떠나게 됐다. 이혼하고 언제부터 요가원에 가는 일도 멈췄다. 새벽 명상은 여전했으니 그나마 명상 후엔 요가를 했다. 몇 달이 지나 새로운 동네에서도 요가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 마음이 가는 곳에 찾아가 수련하고 덜컥 3개월을 등록했다.


이곳에서 하타 요가를 한다. 부동이 많다. 기합 받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해왔던 요가에 비해 악을 지르기 좋다. 소리가 작은 사람이라 입을 다물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낸다. 등은 갈라지고 팔다리가 굵어졌다. 자잘하고 능글맞게 근육이 붙었다. 몸이 변하는 걸 보고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요가는 언제, 어디서든 이 몸 하나면 가능해서 좋다.


청소하다가도, 설거지를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요가는 불쑥 삶에 끼어든다. 가만 서서 누굴 기다릴 때에도 타다아사나, 내 안에 목소리가 울린다. 발바닥은 물론 머리꼭지까지 의식한다. 나 자신의 몸이나 마음을 하는 건 잡음 같은 생각을 조용하게 한다. 4년이 넘게 아이들이 명상하는 게 바로 이런 식의 바디 스캔 명상이다.


우연처럼 만난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은 것처럼 요가를 만나 삶에 온통 스며 들었다. 이외에 다 말하자면 시끄러운데 벌어진 모든 일이 실은 꿈만 같다. 지금 요가 지도자 과정을 밟는 것도 지나 돌아보면 마찬가지일 테지.


어제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님의 강연을 들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이 나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게 강연의 주제였다. 막막하고 답답해하는 이유는 미래를 자꾸 내다보려니깐 그렇다는 거다.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마음을 열고 오늘을 시작한다. 눅눅한 새벽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중얼거린다.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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