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편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한다. 그녀는 어디서도 명상을 배우지 않았다. 누군가 수료증을 주는 것도 아니다. 매일 새벽과 밤, 틈틈이 낮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는 이유가 뭘까. 수행자가 되려는 것도 아니면서 3년이 넘도록 얻음 없는 곳을 향한다.
폴 고갱은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그녀 머릿속을 맴돌았다. 고갱의 입을 빌어 자기 의도를 전하는 것 같아서다. 어느 날 눈뜨고 보니 대한민국에 '하민혜'란 여자로 살고 있더라니. 영문 없이 결혼하고는 아이 둘 엄마가 됐다. 모든 게 의도대로 또는 의도와 관계없이 벌어졌다. 삶이 그녀를 살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결혼했다 해도, 그게 아니라도 좋다. 여자든 남자이든 관계없다. 다만 그녀는 자신이 이토록 꿈을 꾸듯 살다 여길 떠나면 되는가, 의문이다. 짜인 각본을 살아가는 느낌이랄까. 뭔가에 끌려가는지 모르게 끌려가는 기분이다.
눈뜨고 세상을 보면 혼란스럽다. 죽어야지, 생각했던 그날 살기 위해 눈을 감았다. 잠에 들 수 없어 호흡에 머문 게 명상의 시작이다.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는 글을 읽고는 뭐라 칭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가족은 물론 세상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그의 세계가, 눈 감은 너머 보였던 건 아닐까.
그녀 역시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근원에 닿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는다. 그저 제대로 보고 싶은 마음이다. 너를 그리고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