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4살 아이가 달기며 "엄마 나도 엄마처럼 해줘"라고 말했다.
"뭘?"
"나도 단발할래"
나는 여느 때처럼 가위와 신문지를 들고 거실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이리 와서 앉아" 나는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매번 직접 잘라주곤 했다. 미용실에 갈 돈이 없기보단 귀찮음이 컸다. 작은 머리통은 내게 가벼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고 어느 결엔 익숙한 일상 풍경이 되어 있었다. 나는 가슴께에 자라난 4살 아이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움켜쥐고 단숨에 잘라냈다. 이제 차차 다듬으면 될 터였다. 별안간 딸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으아앙 단발머리해 달라고 했잖아~~ 엉엉~"
"응? 이게 단발이야"
딸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그때에 나는 겨드랑이까지 내린 머리카락에 파마를 한 상태였다. 4살 아이가 '단발'이라고 말했던 건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이야기했다는 걸 그제 눈치채고 말았다. 신문지에 널린 한 뭉텅이의 머리카락들에 정신이 사나워진다. "서연아. 엄마 머리는 단발이 아니라 파마한 거야~ 단발은 짧은 머리를 말해." 울고 있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달래다 잠시 후, 침착하게 머리를 다듬어냈다. 거울 앞에 선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귀엽고 예뻤다. 젖살이 아니더라도 나와 다르게 동그란 얼굴형을 지닌 딸아이에게 단발은, 그야말로 찰떡같이 어울리는 머리 모양이었던가보다.
"너무 잘 어울려 서연아!" 가족들의 거짓 없는 얼굴 앞에 어색하게 미소 짓던 작은 아이. 이제 허리춤을 거뜬히 넘어서 곰방이라도 나를 내려볼 만큼 키가 자란 아이는 여전히 단발머리를 좋아한다.
때때로 딸은 나의 옷차림이나 신발을 골라주며 눈을 반짝인다. 내가 그랬듯 딸에게 이상적인 여성상이 엄마라는 게 새삼스럽다. 평가내리는 그런 눈이 아니라, 그저 엄마라서 그저 '하민혜'라서.
주름진 얼굴에 한숨짓다가도 예뻐보는 그 눈빛에 뜬금없는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세상에의 아름다움이란 무색하게도 비교 대상을 지닌 값이지만 아이에겐 엄마라는 이유가 전부이기에. 조건 없이 아름다움을 비춰 보이는 아이의 눈빛은, 내리는 봄햇살처럼 따뜻하고 자애롭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