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

벌레

by 하민혜
산다는 게 곧 말썽이요.... 산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 게 바로 삶이오!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 인 조르바>




종종 산을 오른다. 어째서 오르고야 말았는가. 산 중턱이면 어김없이 바위 곁에 바람을 맞고 앉는다. 작은 아이가 쌀알만 한 벌레에 관심을 기울였다. 엷은 나뭇가지를 주워다 가는 길을 막아서고 돌리거나 놀려대기 바쁜 모습에 나는 그만 조바심이 나고 말았다. 죽이지 마, 애타게 호소하는 나의 말에 작은 아이는 싱그럽게 올려다보며 안 죽여,라고 말했다. 부쩍 나이가 차올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건 아니다. 그저 그렇게 어물쩍대다 비명횡사하고 마는 삶이 애닳는 것이리라. 햇볕 아래 한가로이 여먹일 부스러기를 이고 문득 앞을 막아서는 나뭇가지에 그러려니 했건마는. 이쪽저쪽 몸을 돌리어도 막아서니 머리꼭지까지 뜨끈하게 부아가 치밀어 오를 테지. 운수도 없다 퉤 침을 뱉어내고 뒤돌아 부러 고된 언덕길을 선택해 보아도 이번은 기어코 또그르르 아래로 구르고야 말 것이다. 무엇에 밀리는가, 그의 세계에선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내 짓이겨지는 고통과 코앞에 닥친 비린내 나는 죽음에야 유독 오늘에 작은 것이 엉기고 달라붙더니. 달큼한 내가 진동하는 길에 가지 말라더니. 급기야 모든 과거를 오직 죽음을 향해 쏘아 올린 신호로 합일하고 말 것이다.

정처 없는 이야기들이 나를 어지럽힌다. 혹여라도 작은 아이의 마음이 바뀔세라, 짓누를까 두려워 나는 냉큼 손을 잡아끌어 다시 산에 오른다. 뒤돌아 벌레의 행방을 따라가려 했지만 턱없이 작은 그의 세계는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작가의 이전글몰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