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수 없는 일

나도 안바뀌고, 너도 안바뀌는 이유

by 하민혜
책이 인생의 신열을 단방에 떨어뜨리는 딸기향 해열제로 쓰일 수 있다면 그만큼 삶을 모욕하기도 힘들 것이다. 책으로 삶이 바뀐다는 삶은 물론 책까지 욕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박총-읽기의 말들



사람을 특정 방향으로 바꾸는 일이 가능할까. 애초에 이런 마음을 내리고야 변하는 사람들을 보고 들었다. 실은 바꾸고 싶건 그렇지 않든 결코 변하지 않는 이들에 대하여는 숱하게도 보았고, 들어왔다. 내치는 김에 책이라도 권하는 이유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기보단, 그의 내면 어딘가 붙들린 단단한 심지에 슬쩍 불이라도 붙일 심산이라 해야 옳다. 그럼에도 사이비 종교에 빠져 온몸을 내바치는 이들을 본다. 그런 일들을 접하는 날에 나는, 사람 마음이 무척 여리다 못해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회심의 버튼 같은 것이라도 숨어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하면서도 그를 앉혀 이토록 속아 내바칠 만큼 어리석을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때, 귀를 닫고 눈을 감은 채 신념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고 마는 것이다. 그렇담 역시나 사람은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수긍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을 보면 이리도 저리도 보이니 어지러움은 멈출 줄 모른다. 그러니 나 자신이라도 분석하면 희끄무레하게즘은 수 있으려나 싶지만 바깥으로 달린 눈 때문에 그마저도 여간 하지 않다. 나는 때로 강하게도 붙들리고 여마저도 흔들리곤 한다. 신념이란 게 있구나, 했는데 세월 지나 도통 모습을 찾을 수가 없고 마는 것이다.


배는 길을 찾아 떠날 때 직선이 아니라 돌아가듯 왼편, 오른편으로 휘어지며 가야 한다고 들었다. 나란 사람도 그렇게 휘어지고 갈라지며 앞으로 나아간다. 달래 보지만 어딜 향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한탄스럽다. 이런 참에는 차라리 종교에 귀의하거나 여행에 미쳐있거나, 글쎄. 돈 버는 일에 한창 빠진 사람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나는 지금 한 발짝 떨어져 흔들리는 배를 바라보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는 이유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몰라서다. 다만 지금에 바라보는 그런대로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이 없다는 것을. 해서 나는 지금 무척이나 흔들리는 중에도 좌초되지 않는다. 어리석은 신념이건 지혜로운 가치이든 그 무엇도 나를 바꾸거나 잡지 못한다. 나는 누구도 바꿀 마음이 없다. 솔직히 말해 방법을 모른다. 나도 안 바뀌고 너도 안 바뀌고. 내가 바뀐다면 그것은 어떤 가치를 강하게 붙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신념을 가졌을 터다. 그 삶도 나쁘지 않아. 조금 감옥 같긴 하지만. 그저 지금은 별수 없이 선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배에 몸을 싣는다. 싣지 않으려면 검은 바다로 뛰어내려야 하는데 왜 그래야 하나. 지금 나는 나를 바꿀 마음이 없다. 버튼이 어딨는지도 모르겠다. 쓸데없이 단단한 것이 괜히 마음에 들지 않는대도 말했다시피 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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