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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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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23. 2023

내가 만든 감옥

자유의지


인간에게 과연, '자유의지'가 있을까요?

분분한 전문가들 틈에 껴서 이야길 해 보자면, 내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모두 하지 않는 것이나, 해야 할 행동을 지금 당장 실행하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요. 옷을 고르거나, 메뉴를 선택하는 건요? 눈치 빠른 분이라면 예상하실 거예요. 옷을 고르는 순간, 사회적으로 학습된 영역이 개입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만나려는 사람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옷, 장소에 적합한 옷,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옷 등 수많은 '타의'가 끼어드는 거죠. 음식을 고를 때에도 마찬가지예요. 함께 먹는 이의 취향을 배려할 수도 있겠어요. 내가 결정했으니 '자유의지'가 아니냐고요? 글쎄요. 건강에 좋다, 나쁘다고 학습한 어떤 부분이나 성장 배경, 부모님, 살고 있는 나라가 그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어요.


의식적인 선택이라고 믿고 있는 모든 결정에 무의식적인 사고 과정이 개입한다고 해요. 이 점을 두고 전문가들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도 보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말하는 거죠. <몰입>의 저자 황농문 교수님도 우리가 하루 중에 '생각'이란 걸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는 건데요. '깨어 있는' 순간이 적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건 제가 저를 스스로 통제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요. 어젯밤 씻으면서, 내일 새벽이 기다려지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로 한 것처럼요. 가만 생각해 보면 돈이나 명예, 커뮤니티의 강제성 없이 오롯한 이 새벽을, 저는 꽤나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새벽에 부지런히, 부산스럽게 많은 걸 하지 않아요. 명상, 요가만 한 시간 즘 하는 날이 대부분이지요. 


글을 쓸 때에나 명상하면서도 그렇지만, 일상 중에 나를 관찰하면서 느낀 건 우리가 생각보다 더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라는 거예요. 그게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마만큼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상상 이상 우리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거예요. 자동 선택, 자동 결정이 순식간에 일어남으로, 나의 생각, 감정까지도 조종당하는 거죠.


감정이 행동을 일으킨다는 건 이미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까 나를 움직이는 감정마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난다고 보이는데요. 지금 내 앞에 입을 열고 말하는 사람, 특정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자신의 자유의지가 아닌 수도 있다는 겁니다. 


고집이 센 사람, 편견이 강한 사람 흔히 '꼰대'라고 말하는 이를 앞에 두면 가슴이 갑갑해지시죠? 이건 그가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는 답답함을, 곁에 있다 보니 함께 느끼는 거라고 보여요. 한데 우리도 그와 다르지 않게, 나의 생각 감옥이 있다는 겁니다. 


자유롭지 않다고 여겨지는 건, 해외를 가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돈이 적어서도 아니고요. 앞에 있는 누군가 때문도 아니었어요.


문득문득 답답한 건 바로 내가, 내면에서 나를 가두고 있기 때문인 겁니다. 내가 가진 편견, 관념은 나를 살게 

했지만 반대로 나를 한계 짓는 감옥인 거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자유롭지 않다.

에픽테토스



오늘은 말을 뱉기 전에, 행동이 일어나기 직전에, 문득 나를 관찰해 보시면 어떨까요? 감정이 일어나는 것조차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들여다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부쩍 비가 내리는데요. 빗길 조심하시고 비피해 없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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