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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ug 24. 2023

멈춤 없이 써 내려가는 글

새벽 일기(모닝페이지)

모기로부터 도망쳤다. 집은 넓어졌고, 남편은 협조적이다. 코칭받으러 다녀오는 길이 멀어지고, 서울이 좀 더 닿지 않긴 해도. 그조차 나로서는 운전해야 할, 애쓰는 길을 시간 하며 보내야 할 운명으로 느껴진다. 죠앤 롤링이라니. 나는 소설을 쓰고 있진 않고 그녀의 절박함과는 또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그럼에도, 천상 이야기꾼인 그녀를 내게 비한 것은 감사한 일이다. 어릴 적 아이들을 재워주었던 기억이 내내 떠나지 않는다. 나의 목소리에 잠에 빠지는 어린아이들을 기억한다. 느릿한 목소리, 잔잔한 영혼. 그게 나의 한 조각인지 모른다. 편안하게 해주는 일, 사람의 심신을 이완시켜 주는 일. 이번 일요일 독서모임 후 명상 가이드를 부탁받았다. 오는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좀 더 명확해질까. 오늘은 원고를 한창이고 들여다볼 참이다. 몰입해서 보다, 책도 읽다가. 다행히 목요일이라 하루가 더 남았다. 내겐 하루가 더 있다. 충분히 읽고, 서평을 남길 터다. 기다리는 서평이 많다. 정성껏 읽든 훑어 읽든 진심을 다하자. 허투름없이, 할 수 있는 만큼에.



비가 이리 며칠이고 내리면 몸이 내려앉는데, 무엇보다 달뜬 마음이 차분해진다. 불현듯 보라카이가 생각났다. 비가 왔던가? 아아, 그랬던 듯싶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분명 비가 내렸다. 며칠이고 술을 마셨다. 물론 나는 그 자리에서조차 조금은 빠질만한 핑계가 생겼다. 배탈이 난 거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바란 일인지 모른다. 


비가 오면 모든 냄새가 짙어진다. 같은 이유엘지 어둠 속엔 고통이 숨긴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내게 있지만 감추었던 부정적인 요소들이 어둠을 틈탄다. 비가 내리면 이따금은 얼마나 느릿한지 한심스럽다. 다만 종일 듣는 음악에 박자가 빠르기만 하면 얼마나 지칠까 싶은 거다. 하모 운동할 때 근육통이 일절 없다면? 사랑할 때 그리움과 상실의 고통이 없다면? 밋밋하고 튀는 맛없는 인생은 어째 삶이 아닌 것만 같다. 지옥은 고통스러운 상황이 아니라 어쩌면 지루한 상태가 아닐까. 내 보기에 사람들은 까닭있시 고통을 자처한다. 그건 마치 밍밍한 맛을 견디다 못해 고추냉이를 덧붙이고, 톡 쏘는 탄산을 입에 넣는 것과 같다. 심심하고 평범한 일상에 괜한 생채기를 넣고는, 고통스럽다 하소연하기도 하지만. 그로서는 고통이 들었을 때 맛있는 인생이고 건강한 삶이 되는지 모른다. 


명상하는 시간이면, 꿈을 꾸면 매일 수많은 얼굴이 다녀간다. 일생을 살며 꿈의 사연에 대해 이렇다 할 목적을 두지 않는 것처럼, 머릿속 끊임없는 생각과 말들 역시 붙들만한 게 없다. 꼭 어제 같은 그제는 글에 대해 갖은 평가를 들었다. 날것의 글이라는 표현은 언제 들어도 참 날스럽다. 풋풋하다, 질박하단 말일 터지만 꼭 그만큼 수준이 낮다는 느낌이 더해진다. 알 게 뭐람. 처음은 있다. 누구에게나. 나는 매일 점점 더 나아가고 있다. 과연 그런가. 솔직하게는 꼭 그렇다고 믿진 않는다. 제자리 걸음하는 날도 많고 뒷걸음질하는 날도 있을 터다. 까닭이 있겠지. 나는 그저 나를 믿어주기로 한다. 그래. 나는 나를, 그리고 삶을 정말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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