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을 놓친걸까

인연

by 하민혜

모든 관계엔 기다란 끈이 있는 게 아닐까. 부모 자식 간에도, 내 눈앞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와 나의 거리에도, 방에 들어간 남편과 나 사이에도.


어떤 관계는 집착해 잡아당기다 끊어지기도 하고, 한없이 늘어트리다 놓치기도 할 터다. 연을 이어가기 위해선 양간에 적당한 힘조절이 필요하다. 한 편에서 잡아당길 적엔 다른 쪽에선 요령껏 늘어트리는 식으로 연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 단지, 끈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휘둘리다 에너지를 소진하기도 쉽다. 한쪽만의 노력으로 유지하는 끈이라면 노력하는 이가 손을 놓는 순간 관계는 끝이 난다. 물론 죽음 앞에라도 끈이 떨어진다고 봐야 맞다.


나로서는 인연이란 내가 붙이거나, 네가 떼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 탓하지 않기 위해서다. 내 탓이나 네 탓이나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운명에게 떠넘기려는 요량은 아니지만 원망과 죄책감은 무겁다 못해 숨이 막힌다. 닥친 일 앞에 뒤를 돌아보기 싫은 까닭이다.


남편과 이혼 이야기가 오고 갈 때다. 나나 남편은 언성이 높지 않다. 조곤거리는 목소리 아래 떨어진 끈이 나뒹구는 모습이다. 끝이 선명해도 우리가 만난 이유가 있을 터다. 사사롭게 너의 문제와 나의 문제를 논하고 싶지 않다. 결혼 생활 내내 암묵적으로 서로를 비난했다는 점은 가히 아픈 일이다. 비난은 사실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어서다. 둘은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양산해 그런 자기를 증명하며 서로를 괴롭혔다.


한쪽에서 넘치는 사랑으로 채울 수 있길 바랐다. 이 모든 걸 알아차린 나로서는, 넘치도록 사랑을 주는 역할은 나여야만 했다. 남은 건 연민뿐이다. 해줄 수 없는 일, 그 누구라도 채울 수 없는 일. 완전한 사랑을 건넬 수 없다는 무력감이 남는다.


꼭 이혼을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지 않았다. 사별도 마찬가지 아닐까, 원한다 해서 이별하고 원하지 않는다고 이별하지 않을 수 있는가. 떨어진 끈을 주워 잡아끌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에게나 책으로 한 눈을 팔거나 지칠 때면 손에 힘이 풀렸다. 재차 떨어지고야 마는 끈이라면 혼자만의 노력으론 가당치 않다.


신이 되고자 했던가. 인연을 만들고 끊어내는 게 사람이 아님을 말하면서도 이어 붙이려 했고 끊어내려 했다. 모든 행위에는 오만함이 들어차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긴 한가.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나는 지금, 억지웃음을 짓지 않을 뿐이다. 의도 없이 매 순간 깨어 나를 관찰하련다. 한 번 내쉬는 숨에 미래로 넘어가려는 나를 지금 여기로 데려온다. 할 수 있는 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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