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왜 힘들었다고 생각하세요?
저에게 가장 힘든 때를 돌이켜보면 바로, '사랑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사람이 되었건, 동물이든, 물건이건 그 무엇에도 '사랑'이 없을 때 말입니다.
때로 사랑할 대상이 부재하고, 어떤 때에는 상황(여유)이나 마음이 여의치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사랑은 '외부'에 있다고 착각했던 거예요. 불타는 연애 끝에 이별이 왔을 때, 사랑은 끝이 났다고 생각했던 것처럼요. 으레 그 사람과 함께 사랑이 떠났다고 여겼던 거죠.
사랑은 그렇게 왔다 가는 게 아니었어요. 언제나 내 안에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눈이 눈을 보지 못하듯, 나를 스스로 볼 수 없는 것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일이 슬프지 않다는 게 아니에요. 정말 가슴 아픈 일이죠. 비록 사랑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있다 해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또는 무엇과 인연이 끝나는 것은 분명 슬픈 일입니다.
다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만남은 언제나 이별과 함께 오지요. 우리의 인연은 반드시 이별 통보로만 끝이 나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가 이 세상을 먼저 떠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생이 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설사 동시에 태어나 백 년을 함께해 한날한시에 죽는다 해도 그 또한 인연의 끝이라 할 수 있겠죠. 담담하게 인연의 끝을 적어 내려가면서도 코 끝이 아릿해집니다. 특정 누구와의 인연이 끝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인연이 사라질 것이 슬프기 때문이에요.
언제나 어떤 대상을 찾아 헤매며 살아온 나를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그 대상은 사람이기도 했고, 돈이거나, 어떤 취미이기도 했죠. 친구이거나 부모님이기도 했습니다.
인생에게 바라는 것이 있으신가요?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 친구와의 진정한 우정, 가족 간의 깊은 믿음, 풍족한 돈, 명성, 건강한 육체 등을 말입니다.
생(生)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과의 끝이 어떻든, 돈이 내게 오든 멀어지든, 건강이 이 몸에서 멀어지건 그 모든 상황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입니다. 한없는 사랑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에는 어떤 대상, 조건이나 상황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슬프면 눈물이 나겠지요. 아파오면 아플 테죠. 화가 나면 화를 낼 수도 있어요. 욕을 먹거나 오해를 사면 수치스러울 테죠. 감정이 없어지는 그런 게 아니니까요. 다만 그런 중에도 감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른 문제예요. 모든 인연의 오고 감이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증거이기에, 삶을 사랑한다면 이 또한 감사할 수 있습니다.
오는 것을 애써 밀어내려거나 가는 것을 보내며 아무렇게나 살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저 오고 가는 인연에 대해 오기를 또는 가기를 바라지 않고, 삶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늘 사랑을 받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문득문득 그런 느낌이 올라옵니다. 가만 보면 가족이든 친구이든 모두에게서 그래요. 그저 사랑받고 싶어 하는 못나고 어린 내가, 내 안에 있어요. 버젓이 살아있는 이 마음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고, 생생하게 느끼곤 합니다. 외로움도, 미련스러운 마음도 모두 인정하고 바라봐요. 밑 빠진 독처럼 아무리 채우고 또 채워도 채울 수 없는 그런 마음이에요. 외부로 향할수록, 타인의 인정과 사랑으로 채울수록 돌아서면 더욱 헛헛해지는 그런 마음이죠. 습관처럼 사랑을 받으려 애를 쓰는 나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이것 봐. 이거밖에 못할 줄 알았어.' '지금 저 사람이 널 보는 눈빛 보이지?' 아무리 탓해도, 원인을 찾고 해결을 해도 삶에 대한 목마름은 가시질 않더군요.
그것은 오직 내 안에 있으니, 그릇을 보수하지 않으면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거였어요. 그럼에도 어리석게 외부에서 나를 채워줄 무언가를 찾았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도, 사랑할 대상을 찾는 마음도, 동물들을 데려다 키우는 것도, 인간관계에 치덕이며 괴로워하는 이유도, 열심히 일을 하는 것도 오로지 이 목마름을 해결하려는 노력이었어요. 과정이 즐겁지 않았거나, 다른 어떤 이유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다만 모든 다른 핑계들을 제칠만 한 근본적인 동기 부여 버튼을 찾은 겁니다.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았습니다.
외부를 향해서는 나를 채울 수 없음을 깨달았어요. 구멍 나고 깨진 그릇(마음)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내 안에 상처들은 내가 보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알았어요. 나는 부족하고 못난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기로 합니다.
더 나은 나를 원하거나 바라지 않습니다. 언제나 이런저런 이유로 사랑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나를 바라봅니다. 열등감을 느꼈고, 때로 우월감을 가졌음을 알아차립니다. 돈이 다가 아니라며, 돈에게 집착했던 마음. 남자는 필요 없다며, 사랑받으려 애쓰던 마음. 남몰래 외모에 집착하는 마음, 돈을 더 가지려 하는 마음을 더 이상 나무라지 않습니다.
내뱉는 말이 담백해집니다. 행동은 자유롭습니다. 감정은 여전히 출렁이고, 흔들면 흔들립니다. 다만 마음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 이전처럼 괴롭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 화를 낼지언정, 그 안에 미움은 없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내 안에 있고, 모든 길이 마음 안에 있음을 알았습니다. 사랑이 없다 느낄 때, 누군가에 대 해거나 나를 향한 미움이 있을 때 그곳이 지옥이었습니다.
가난이 불어 닥치고 실패가 찾아와도, 진실로 애정 하는 이와의 이별이 온대도 이제 지옥은 없습니다. 상황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음을 알았으니까요. 삶이 내게 무엇을 주건, 주지 않건 나는 삶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동요하고 흔들리며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서 존재로의 빛을 느낍니다. 스러지는 몸이기에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생(生)입니다.
당신은 그리고 삶은 시리도록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