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대하여

마음껏

by 하민혜

하나밖에 없는 언니는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서태지를 사랑했다.

X-Japan의 광팬이었다.

만화책을 좋아했다.

HOT의 문희준을 좋아했다.

손이 무르도록 검도에 미쳤고,

밤새 그림을 그리더니

곧장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이따금 만나는 언니는

클래식에 미쳤다가,

와인에 빠져 있었다.

빠져있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으며

투덜댄 일도 있지만

나는, 그런 언니가 늘 부러웠다.


학창 시절, 여러 친구들을 관찰했다.

취향이 확실한 친구 곁을 맴맴 돌았다.


짜장면과 짬뽕 중에

짜장면을 주로 먹지만 짬뽕도 싫지 않은 나.

원색과 파스텔 색상 둘 다 싫지 않은 나.


이것도 좋지만, 언제나 저것도 싫지 않았다.


똑 부러지게 취향을 말하는 이들을 보면서

나는 무언가가 고장난 사람이라고 여겼다.


취향이란 그렇게 반드시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해야만 하는 것인 줄만 알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어른이 되었다.

나는 좋아하는 것이 많다.

따뜻한 차를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며,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며, 음식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식을 선호하고, 명상을 좋아하며, 나무를 좋아한다.

지금에야 나는 이런 나를 이해한다.


예를 들어 따뜻한 차를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차가운 음료를 싫어할 필요는 없다.

한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양식을 싫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취향이 확실한 사람인 것이다.

다만 으레 '반대'라고 여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만일 정치 성향이 좌파라면,

무조건 우파를 반대하고 미워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파 성향을 싫어하지 않으면서도 '좌파'임을 고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 남매 중 둘째인 나는, 어릴 적부터 무엇을 선택할 권리가 많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분명히 있지만 전혀 다른 것을 받은 일이 많다.

좋아하는 것을 늘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생각만큼 싫은 것들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취향이 확실하지만, 반드시 그것으로 해야만 한다고 고집하진 않을 뿐이다.

딸이 "싫어!!"라고 말할 때, 때로 엄마 미소가 새어 나오는 것은 별 수 없는 일이다.

취향이 확실한 딸을 보며, 어릴 적 내가 원했던 나의 모습을 본다. 때로는 나도 싫다고 말하고 싶었으니까.

그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던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

지금의 나도, 싫단 말을 밥 먹듯 꺼내는 딸도

누구 하나 옳고 그른 것이 아니다.

그저 그럴 뿐이다.

나는 지금의 딸이, 그리고 오늘의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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