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을 차고 있진 않은지, 아이들은 모두 독립해 혼자만의 시간에 늘어져 있진 않은지 말이야.
마흔을 내다보는 지금에,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쓸까도 했지만만나지 못할 과거의 나에게 미련이 생기더라.
그나마 언젠가는 만날 가능성이 짙은 너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싶었어.
씨앗을 심으면 반드시 발하겠지. 10년간 차근히 네가 심어놓은 씨앗들의 결과를 보고 있을 거야.엉뚱한 씨앗을 심어놓고 물을 준 일이 없대도, 때로는 절로 비가 내리고 햇빛이 비춰 열매를 맺은 일도 있을테지. 부디 지금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불평하지 말았으면 해. 네 주변에 누가 남아있건 여리게 흩어진 일이 아쉽더라도 그 일은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펴보는 힘은 좀 더 강해졌니? 늘 부산스럽고 헐렁거리는 태도는 어때? 타박하려는 것은 아니야. 지금의 나와 오십을 내다보고 있는 네가 별다르게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서 묻는 것뿐이야.
난 요즘, 매 순간 처음 아닌 것이 없음을 자주 느끼고 있어. 여전히 심드렁한 때도 많지만 때로 숨이 넘어가게 웃고 있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거든. 어릴 적부터 영락없이 노인네 같은 내가 밝은 태양빛에 내려앉아 호탕하게 웃을 때, 강물과 꽃처럼 나 역시 고정된 실체가 아님을 알아차린 걸까? 너와 나도 실은 연결된 존재가 아닐지 몰라. 오십이 가까워가는 너는 상상 그 이상, 지금의 나와 별개의 존재로 완전히 달라져 있을지 모르지. 그게 참 설레기도 하고 재밌는 것 같다. 어떤 변화가 찾아와있건 설마 상실이더라도, 네 삶이 남도 이롭고 스스로에게도 이로운 방향이길 바라. 그래 설사 깡통을 차고 있는 결과일지 몰라도. 목적에 상관없이 유유하게, 원만하게, 항상 하기를. 꿈같은 삶에 꿈처럼 너에게 갈게. 언제일지 몰라도 너는 내가 그리울 것이고 나는 네가 그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