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개울 이야기
바다로 갈까, 그곳에 머물까?
"작은 개울이 흘러 흘러 어느 날 거대한 사막의 입구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작은 개울은 문득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멈추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렴.'
하지만 작은 개울은 미지의 세계와 마주치는 것에 겁이 덜컥 났다. 작은 개울은 더 많은 물을 자기 안에 담고 싶었고 더 멋진 삶을 살고 싶었지만, 그와 동시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는 삶이 두려웠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다시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안에 어떤 잠재력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 거야. 이미 알고 있는 세상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삶만이 가능할 뿐이지. 새로운 길이 두려운 것은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기 때문이야. 삶은 멀리서 감상만 하는 풍경이 아니란다. 진정한 삶은 풍경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는 도전이란다.'
용기를 얻은 작은 개울은 계속 전진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결심을 행동에 옮기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사막 한복판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햇빛이 용광로처럼 뜨겁게 내리쬐었고, 결국 작은 개울 안의 물이 모두 증발하고 말았다. 수증기가 된 작은 물방울들은 위로 올라가 대기 중에 모였다. 작은 물방울들은 그곳에서 구름을 이루어 사막 위를 흘러갔다. 며칠 후 구름은 사막을 지나 넓은 바다 위에 이르렀다.... <중략>"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 14p-
다음 주 책모임을 위해 읽고 있는 도서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이다. 과연 삶을 이기고 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제목은 썩 내키지 않는다.(물론 번역이 그런 것 일 수도 있다.)
더 많이 쟁취하고, 경쟁하고 좀 더 많이 가지는 것에 관심이 많던 날이 있었다. 전투적으로 자기 계발서를 찾아 읽기도 했다. 아마 그때에 작은 개울의 사연을 읽었다면, 도전하는 삶에 대해 되새기며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실제 비슷한 글을 읽은 일이 많다. 덕분일지 변화를 두려워거나 망설이는 일은 나와 거리가 먼 일이다. 여전히 내지르고 실패하고 성공하기를 잘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귀를 읽으며 내게 다른 시선과 관점이 생긴 것을 느낀다.
작은 개울이 기어코 길을 떠나 뜨거운 태양빛에 모두 말라버렸을 때, 그가 느꼈을 고통은 얼마나 극심했을까. 개울의 입장에서 물방울이 모두 말랐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존재의 소멸이다. 나 역시 가끔 잘못을 했거나,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 나의 존재가 소멸되는 느낌이 들곤 했다. 이런 과정은 앞으로의 전혀 다른 선택에 있어서까지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고민하며 선택하고 결정을 내린 일이 잘못되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글에는 작은 개울이 그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바다 곁에 비가 내렸다고 되어 있지만, 과연 단번에 그리 되었을까? 어쩌면 구름이 하필 사막을 나서기 전으로 데려갔을지 모를 일이다. 다시, 또다시 여러 번을 지속적으로 도전해 쥐어짜고 햇볕에 말라비틀어지는 고통을 견디다가 끝났을 수도 있다. 매번 다시 나서는 용기 그 자체를 본받아 다른 어떤 작은 개울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나섰다가 운 좋게 단박에 바다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 사실 성공 여부를 떠나 그의 발걸음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막으로 흘러가 생을 마감했든, 원하는 대로 바다로 떠나가 생을 마감했든 기필코 삶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도전했기에 고통을 받은 것이 아니라, 머무르는 곳에 더 큰일이 생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삶에 고통을 피하려는 것이 선택과 결정의 몫 이어선 안 되는 이유이다.
다만 작은 개울의 삶이나, 바다의 삶이나 사막을 건너지 못하고 머무는 개울이나 모두 의미가 있고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전엔 나의 기준에 게으르고, 계획 없고, 실행 않는 삶을 은근히 무시하거나 외면했지만 지금은 그저 그럴 뿐이라는 것을 가슴 깊이 이해하고 있다. 모두가 바다가 되면 멋진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작은 개울로서 머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는 그로서 존중해야 한다. 바다를 생각하며 가슴이 뛴다면 용광로 같은 햇빛에 타 죽더라도 회한이 없으나, 모두가 바다를 향해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로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후로 무계획적이고 게을러질 것이라 여길지 모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삶을 맞이한다. 회사에서의 업무는 물론, 개인적인 취미 생활과 가족을 챙기는 일, 엄마로서의 삶에서도 이전의 초조함이나 불안감이 사라졌다. 완벽하지 못해서, 더 잘하지 못해서, 강박 아닌 강박으로 나를 괴롭히던 마음이 들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자 마음 편히 휴식하고 오롯이 일을 한다. 글을 읽고 글을 쓴다.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한다. 요리를 하고 집안일에 집중한다.
어제 아이들과 뮤지컬을 보고 돌아와 '신'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 따라 나 역시 성장함을 느낀다. 때로 나도 모르게 미래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함으로 돌아오자, 모든 일이 수월해짐을 알았다. 업적을 남기든 그렇지 않든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