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침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혜 Mar 07. 2024

눈앞에 사자가 발톱을 내밀 때

아침 편지

글모닝! 빗소린 줄 알았는데 냥이가 홀짝이며 물 마시는 소리네요. 친구가 머무는 군산 말고 위쪽으로는 비속식이 있어요. 오늘 최소 서너 시간은 운전할 예정입니다. 좋아요. 차창에 부딪히는 물방울과 빗소리라니, 벌써 기분 좋은걸요. 


며칠 전 딸과 나눈 대화가 떠올라서요. 새 학년 새 학기를 앞둔 날이었죠.


"혹시 선생님이 이상하면 어떡해? 싫은 친구가 생기거나."


입밖에 내서 그렇지, 우리도 낯선 환경 앞이면 오만 생각이 스칠 테죠. 변화를 싫어하는 그대니까요. 단지 매일이 새로운 날이고 변화라니 어쩝니까. 노상 걱정을 달고 사는 수밖에요.


"서연아. 살며 걱정할 건 딱 하난데, 뭔지 알아?"


"음.. 아플 때? 아니다. 슬플 땐가.."


"바로 서연이 눈앞에 사자가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때야."


"엥? ㅎㅎㅎ 그럴 일은 없잖아!"


요즘 걱정 있으신가요? 별일 없어 보이는 사람도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아요. 저라고 다를까요. 매일 명상하고 편지를 쓴다지만 사정을 다 말하면 토끼눈 뜨실걸요. 닥칠 일 가운데 위험한 일, 나쁜 일을 막는 역할이 있을 법하죠. 그런 까닭에 우리가 걱정을 놓질 못하는 거니까요.

지금 염려하는 그대로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사실일까, 아닐까, 의심할 텐데 사실일 수 있죠. 최악을 그린다면 최악일지 몰라요. 나를 무시하나, 염려하는데 무시하는 거 맞죠. 빚이 더 늘면 어쩌나, 하는데 더 늘어날지도 몰라요. 몸이 아프면 어쩌나, 아플 수 있고요. 사기당하면, 아프면, 다치면, 죽으면..


걱정이 의미가 없는 이유가 뭘까요? 정말은 나쁜 일이 나쁜 일인지 알 수없어서예요. 뒤통수 때린 사람이 나쁜 사람인지, 은인일지 알 수 없어요. 사고로 응급실에 누운 날도 지나고 보니 그렇게 최악은 아니더만요. 돌아보니 모든 일이 그래요. 


오늘을 사는 그대라면 어떻든 헤쳐오셨다는 걸 알아요. 갖은 문제를 품고, 풀어가면서요. 걱정은 사자 발톱을 보는 날로 미룹시다. 우리 미루는 거 하나는 전문이죠.ㅎㅎ 편안한 오늘 보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반한 수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