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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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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r 06. 2024

반반한 수요일

아침 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 마음은 어떠신가요?


앉은자리에 멀찍이 난로를 켰어요. 기온이 어떻든 햇볕이 적은 날을 지나선가 봐요. 노란빛이 반갑네요.


어제 아이들이 등교하고 집을 청소했어요. 원고를 보려는데 게으른 마음이 들어서요. 같은 모양이 지루해 길을 나섰어요. 동네 도서관으로 걷는 길에 꽃 향기가 퍼집니다.


고갤 돌리니까 화원이 보였어요. 통유리창에 꽃이 만발했고요. 문득 화분 하나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을 밀어 들어갔지요. 알록달록 꽃밭에 코 끝이 황홀합니다. 노부부가 계셨는데 어찌나 친절하신지 몰라요. 조곤조곤 꽃 이야길 들려주셨어요.


선택은 늘 후루룩 국수처럼 오래 걸리지 않아요. 스스로 감각이 있는 것 같지 않은 데다.. ㅎㅎ 뭐든 좋기도 해요. 지금 곁에 쪼로록 화분에 담겨 있어요.


한결같은 새벽이 지루하지 않아요. 매일 쓰려는 아침 편지라고 지겹지 않고요.


우리, 사랑하는 사람이면 타인보다 내가 더 많이 '아는' 사람이고, '알아야'한다고 여기는 마음이 들죠. 오늘은 어제와 같은 날이라고 불평하는 생각에도 실은, 두려움이 있고요.


"에? 매일이 새로운 날이면 좋은데요. 제가 뭘 두려워한다는 거죠?"


심해와 같은 한 사람을 영원히 알 수 없다는 진실이요. 또 오늘은 어느 날과도 같지 않다는 건 어때요? 정말은 오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나'와'너', 그리고 '세상'에 대해 '알고 있다'고 제단 하고 싶어요. 얻는 건 결코 쥘 수 없는 안정감과 나아갈 수 없는 한계고요. 잃는 건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새로운 오늘을 넘겨짚지 말기로 해요. 습관처럼 '알고 있다'는 마음이 들 때면 의심하세요. 이상한 눈으로 나의 생각을 바라보시면 됩니다. 가능성이 열릴수록 설레는 오늘을 보장해요.


무한한 그대, 오늘도 마음껏 행복하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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