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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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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r 25. 2024

한 주 시작은 말랑말랑하게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환절기라 근가, 새벽에 몸 일으키기가 작은 동산에 오르는 줄요. 태산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가볍지 않더라고요. 물 한 잔 마시고 요가 매트에 앉았어요. 정성스레 몸을 도닥이는데 이곳저곳 굳어있는 게 느껴지대요. 일어나 바로 출근하던 시절이 떠올라요. 딱딱하게 살았더랬죠. 그땐 그런 줄도 몰랐지만요.


어제저녁에 아이랑 한바탕 탁구를 쳤잖아요. 지난번 편지에 말했는데 기억하실까요. 감정은 옮아 서로 주고받고 하게 돼서요. 몸 마음이 고단한지 아이가 계속해 신경질을 부리는 겁니다. 그때 내가 말랑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같은 마음을 던지게 돼요.


주거니, 받거니 하다 머리채보다 커진 탁구공을 꿀꺽 삼켰어요. 시간이 필요해 자리를 비켰습니다. 잠시잠깐 머물다 '정말로' 괜찮아지고 나서 아이를 안아줬어요. 조금도 상황을 바꾸려는 마음 없이 사랑을 말했고요.


"이리 와볼래? 사랑해 우리 딸. 엄마는 이러이러한 말에 가슴이 아팠어."


조금 전까진 돌처럼 단단했던 아이가 울기 시작했어요. 밖에 친구랑 있었던 일, 몸이 안 좋아선지 자기 의도와 다르게 말이 나가는 것, 계속해 신경질이 났던 이유를 줄줄 쏟아내더라고요.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많이 속상했겠다."


공감이 가서 가슴이 아팠어요. 아이를 안고 토닥였지요. 처음부터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꺼냈더라면 어떨까, 늦은 저녁 탁구 선수라뇨. 감정은 서로가 던지면 던질수록 점점 커지기 마련입니다. 받아치려면 몸 마음이 계속 딱딱해지는 수밖에요.


조잘대는 본래 딸아이가 돼서는 침대에까지 일상 수다가 이어졌어요. 가볍고 말랑합니다.


오늘 어떤 월요일이신가요? 저라면 사무실에 나갈 참이라, 어느 때 긴장하며 살던 게 다시 생각나요. 굳은 어깨 톡톡 쳐드리고 싶습니다. 얼굴에 긴장 풀고 미소 지어볼까요. 한주 시작, 요이땅입니다. 몽글몽글한 오늘 되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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