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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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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01. 2024

사 월 일일

아침편지

띵동, 좋은 아침입니다. ^^


4월 시작이네요. 첫 주, 첫날, 월요일부터 4월 시작이라니. 괜히 의미를 덧칠해 봅니다. 들뜨는 마음이에요.


새벽은 요가하고 명상했어요. 일요일은 어떠셨나요? 하루를 한 생으로 여겨서요. 저라면 지나온 생이 묵언 수행하는 노동자의 삶이었네요. (어제 하루가 그랬다는 이야깁니다.ㅎㅎ) 폐기물부터 분리수거까지 비우고 또 비우는데요. 수를 세진 않았지만 열 번은 버리러 나간 것 같아요. 되도록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아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려니 옷 사이로 땀이 굴러다녔습니다. 손이 닿질 않던 구석까지 빼내고 정리했어요. 입을 꾹 닫은 채 쓸고 닦는데 얼마나 개운하던지요.


종일 청소했다는 건 농담이 아니에요. 중간에 책을 읽은 시간이 있고 밥을 먹긴 했지만요. 아, 산 지 죽은 지 모르겠는 형제들이 번갈아 전화가 오기도 했어요. 옆에 있는 사람 챙기랴, 일하랴, 아무리 가족이라도 자주 얼굴 보지 못해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는 생각도 들고요.


언니는 조카 일로, 동생은 결혼하려는 여자와의 일로 전화를 걸었더라고요. 이모저모 통화는 길지 않았습니다. 그때에도 청소를 하고 있었어요.


사는 내내 흥 없이 비우고 또 비워야 하는 삶도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치울 게 많은 건 이전까지의 생에 가지려 들고, 쌓아두고, 욕심냈던 모든 것들일 테죠. 전생을 믿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기든 아니든 관계없어요. 단지 밤이면 한 생이 끝난다고 여기는 터라 이런 사유가 가능한 것 같아요.


어떤 하루는 아이들로 치덕입니다. 어떤 날엔 돈 버는 날이고요. 또 하루는 잃고, 또 잃는 날이에요. 도박하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투자나 사업, 도박에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규칙을 알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긴 해도 분명 운이 작용해서요. 또 한쪽에 버는 만큼 누군가는 잃는다는 점에서요.


오늘 하루는, 그러니까 이번 생은 어떨까요? 지난날 '종일 청소하겠다' 의지를 표명한 만큼 미련이 없어요. 억지로 비우고 비워내야 한다면 고통일 테죠. 몸은 같이 고단하더라도, 나의 의도가 아니라면 괴로울 거예요. 우리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낼지, 미리 공표하기로 해요. 무조건적인 행복과 건강을 바라는 막연한 기대 말고요.


하루를 3부로 나눴어요. 아이들 등교와 하교가 있는 날이에요. 도서관 휴무일이라 동네 카페 가려고 해요. 커피 쿠폰을 사용하렵니다. 원고에 집중하고 글을 읽고 쓰는 데 몰입할 거예요.


창밖이 일찍부터 노랗습니다. 해가 길어진 만큼 활동량을 늘려야겠죠.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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