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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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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09. 2024

화사한 봄날, 봄산

아침편지

글모닝, 화사한 화요일입니다.


잠은 잘 잤나요?


 밤은 아이들과 명상하는데요. 수면 유도 명상에 가깝죠. 제 목소리에 제가 잠에 듭니다. 입술 한 번 떼기 싫은 날에도 딸이 바라서 거의 매일 하게 돼요. 라방이다, 강연이다, 영업이다, 해도 타고난 성향은 말이 적어요. 하루치 분량을 넘으면 입이 다물어질 때가 많아요. 산에 가서는 연신 감탄하고 입 벌리기 바빴지만요.ㅎㅎ 2023년 겨울, 인왕산 풍경을 가슴에 담았는데요. 봄에 아이들과 정상을 오르리라고 마음먹은 참이었어요.


약속을 기억하는 아이들과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엄마예요. 잠들기 전 감사 일기를 하는데요. 눈앞에 내려다본 풍경이 그대로 펼쳐집니다. 쏟아지던 꽃비에다 찬란한 색색이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았어요. 월요일이라 붐비지 않았지만 주말이면 제법일 거예요. 밤 9시가 다돼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산 입구에도 못 가고 서대문 형무소,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앞에만 두 시간을 서성일 때였어요. 아이들은 인왕산 정상에 목적이 있지 않았어요. 최고의 하루를 보내자는 의도뿐이죠. 이마저도 과해요. 지금 기쁨을 택하는 것이 전부랄까요.ㅎㅎ 어른의 특징에야 가려는 곳이 정해진 참에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발동하는데요. 그 마음을 바라보며 도화꽃 앞에 서성이고 바닥에 앉아 책을 읽기도 했어요.



"얘들아, 이러다 해 떨어지겠다!"



결국 참지 못해 한마디 외치고 갈 길을 향했어요. 산에 오르면서는 어떻게요. 역시나 목적지란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입니다. 재촉하기보단 즐기려는 마음에 놀고 또 놀다 보니 늦어졌어요. 정상을 찍은 시간이 오후 5시가 다 됐죠. 산을 온통 누비며 다닌 기분입니다. 힘들어 지칠 법한데 마지막에까지 기분 좋게 하산했어요.


목적은 봄을 누리는 거지, 정상을 찍는 게 아니었어요. 멍하니 머물기도 하고, 체력을 아껴야 할 판에 뛰어놀기까지 했지만요. 정상 바위에 올라 아이들은 번갈아 같은 의미에 말을 읊조렸어요.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엄마에게만이 아니라 자연에게, 신이 있다면 신에게 드린 감사였어요. 산에 오를 수만 있다면, 그 끝에 감사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요.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아이들과 봄산은 제게 알려 줍니다. 지금에 집중하는 것, 기쁨을 누리는 방법도요. 할 일을 차곡차곡 해낼 오늘이에요. 행복한 오늘 보내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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