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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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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30. 2024

고부라진 마음 길

아침편지

안녕하세요. 잘 잤나요? 하늘 구석에야 희미하게 노란빛이 스미네요. 아침이 흐리려나요. 어젠 집에 종일 머물렀어요. 일부러 산책을 나갔고 오후엔 아이와 배드민턴 했고요.


우연히 마주친 친구와 아이가 라켓을 휘두를 때였어요. 몸을 동그랗게 말아 땅에 앉았지요. 바닥에 누운 생생한 잎 하나를 손바닥에 올렸어요. 살아있음의 증거이자, 물과 양분을 수동 하는 잎맥이 선명합니다. 잎맥은 사람의 지문과 같아요. 개별로 다른 무늬라는 것을 아시나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할 있는 길인 셈이죠.


사람에도 자기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길이 있을까, 곰곰 생각합니다. 고부라진 무늬를 따라가야 전체를 그릴 수 있을 테죠. 사람의 마음에도 수많은 갈래가 있어서요. 새벽 명상할 때 금세 길을 잃곤 합니다.


도드라진 굵은 주맥과 엷은 측맥을 매만졌어요. 우리 몸 마음에도 실은 이토록 선명하지 않을까, 싶지만요. 알기 위해선 역시 조망할 수 있어야겠지요. 자기 몸 마음에서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는 뜻이에요. 가까이 붙어선 결코 알 수 없을 겁니다.


손가락은 자기가 손가락인 줄 알 수 있을까요? 나의 몸을 만지고 느낀다는 것부터가, 내가 이 몸이 아님을 반증해요. 내 마음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바라본다는 건, 그 마음이 내가 아니라는 거죠.




재수생이었던 친구 하나가 문득 생각나요. 그 친구는 '라하나 마하라쉬'의 <나는 누구인가>를 옆구리에 끼고 다녔어요. 무슨 뜬금없는 책을 읽는가, 갸우뚱했지요. 그때 저라면 제 관심은 온통 바깥세상이었으니까요.


내가 누군지를 알지 못할 때 우린 타인의 욕망과 세상의 기대에 맞춰 살게 돼요.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갖은 풍파를 마주칠 테지만 귀한 경험이니까요. 우연의 일치로 나의 기대와 비슷할 수도 있고 말이죠. 그러면 참 좋겠습니다.



어제 혼자 점심을 먹는데 먹고 싶은 요리를 만들었어요. 그런 제가 새삼스럽고 대견했어요. 요리를 좋아해도 나만을 위해 요리한 적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이 몸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다정하고 싶어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나의 마음으로부터, 나로부터니까요. 그대가 세상이고 우주이자 전부입니다. 오늘은 조금 더 높이,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하루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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