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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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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y 05. 2024

바람부는 날이라도

아침편

좋은 아침입니다. 풍경에 무뚝뚝한 모습이 종일 비가 오려는 모양이에요. 평소라면 역할이 적을 스탠드가 열일합니다. 흐릿한 책상에 생기가 돌아요.


잘 잤나요? 어린이날이네요. 아이들 데리고 엄마 집에 가요. 어버이날엔 별도로 움직일 계획이라 오늘은 점심만 먹고 올 거예요. 뵈려니 마음이 좋습니다.


어젠 이 집 셋째나 다름없는 조카를 데리고 롤러장에 다녀왔어요. 신나는 음악에다 웅성대는 아이들 소리로 가득했어요. 네 시간가량 있었나요. <가짜 생각이 불안이 되지 않게>를 완독하고 서평을 썼어요. 지루할 틈이 뭐예요.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아이들은 제가끔 신나고, 저는 책 읽고 글을 썼으니까요.


막 서평을 올리자마자 그곳에서 나왔습니다. 귀가 먹먹하더라고요. 시끄러운 곳이라선지 아이들은 얼굴에 다가와 큰 소리로 말했어요. 미간에 골이 깊어지는 기분이에요. 끝엔 귀가 아프고 찌릿했어요.


아이들은 지치는 법이 없어요. 집에 돌아와선 물총을 가지고 물놀이를 합니다. 동네 친구까지 합세해 머리가 넷이에요. 집안에 물이 진창인데 그 말고도 이곳저곳 엉망이에요. 어지른 건 아이들인데 바닥을 쓸고 닦으며 자책하는 마음이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정리를 못할까.'

'이렇게 엉망인데 혼자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지.'


생각은 멈출 줄 몰라요. 삶을 통틀어 비관하고 있더라고요. 금방까지 읽었던 유덕권 작가님 책에 생각의 오류들이 떠올랐어요. 가만히 보고 있자니 흔적은 남되 뻗쳐나가진 않네요.


우리가 짓는 한계가 새삼스러워요. 현실엔 문제가 없는데 스스로를 충분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가짜 생각'이 마음을 벌립니다.


눈앞이 어지러울 수 있어요. 매일의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더라도 별 수 없습니다. 모든 게 정돈되고 가슴마저 휘청이지 않으려면 죽는 수밖에요. 삶은 그렇잖아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것은 내 탓도 네 탓도 아닙니다.


활짝 창을 열고 살면 드나드는 것이 많아요. 사랑하고 산다는 게 그래요. 더 많이 아플 각오도 필요해요. 가끔은 문을 꽉 닫고 혼자라면 편하겠다 싶어요. 다만 그건 관에 들어가는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고통이 없는 삶, '편한' 삶을 기대하지 않기로 해요. 어떤 파도 앞에든 '편안한' 삶을 구하는 겁니다.


어떤 날이라도 해맑을 아이들이죠. 생각만 해도 예쁜 아이들, 애틋한 그대입니다. 행복한 오늘이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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