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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y 06. 2024

호락호락

아침편지

글모닝! 새벽엔 명상하고 매트 위에서 몸을 움직였어요. 내다본 바깥은 여전합니다. 온 세상이 나른해요. 

어린이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언제부터 운전이 가뿐하지 않아요. 오고 가는데 3시간쯤 더했을까요. 어째 휘주근하다, 싶음 여지없이 운전대를 잡은 날이에요.


삼 모녀가 둘러앉았어요. 현실을 무시할 순 없대도 허우적대지 말 것을 말씀하시는 엄마예요.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말이 적은 둘째 딸은 새겨듣습니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하는 이야길 담고 실천하길 좋아했어요.


무엇이든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으셨어요. 책을 읽든 밤새 노닥거리든 방치에 가까운 양육 방식을 고수하신 셈이에요. 


저라도 엄마가 되고 보니 허용하길 잘해요. 장단점이 있을 겁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에겐 강제성을 담은 규칙이 필요하단 언니 이야기도 새겨듣습니다.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잖아. 나부터 그걸 알려줘야 돼."

"언니 그건 두려움이야?"

"걱정하는 건 아냐. 도와주려는 거지."


한계를 알게 하고 무릎을 꺾는 것이 부모여야만 할까, 곰곰 생각합니다. 언니는 말을 오래 이어갔어요.


"내가 없거나 어려운 때에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어떤 마음인지 느껴지시죠. 부모 마음은 같으니까요. 입을 닫고 운전에 집중했어요.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이를 더 믿어줬으면 한다는 거예요. 


규칙이야 얼마든지요. 일방적으로 세우기보단 함께 결정하면 더 좋겠고요. 세상이 어떻다고 겁을 주려는 마음보다는 정말로 '도와준다'는 편에 기울어야겠죠. 중요한 건 아이를 신뢰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자식은 언제나 부모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돌아요. 대체로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내 삶이 그렇듯 아이 앞날에 무수한 기회와 시련이 핍근할 거예요. 우리가 조종할 미래는 아니지요. 세상은 내가 믿는 그대로예요. 보고자 하는 대로 수밖에 없음이 형상의 한계입니다. 아이를 볼 때에마찬가진 것 같아요. 


가정의 달이라니 벌써부터 북적대요. 아이를 잃거나 부모를 여읜 이의 눈물일까, 비가 와선지 괜히 시큰시큰해요. 연휴 마지막 날이네요. 읽고 쓰며 쉬엄쉬엄 보내려고요. 편안한 오늘 되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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