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 사람들은 인생이 올라가는 것도, 펼쳐지는 것도 아니며, 인생을 위축시키는 거침없는 내면의 과정임을 알아야 한다. 젊은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너무 몰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고, 거의 범죄이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는 자기 자신에게 진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의무이자 불가피한 일이다."
-칼 구스타프 융
모 강연장에서 100세 시대를 하루 시계로 바꾸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30대 후반이면 인생 시계로 보았을 때 오전 10시~11시경이라고 한다.
한창 활기차게 밖을 돌아다니고, 경험할 나이임이 분명하다.
세상이 밝아 훤히 보이고, 열심히 일하며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르든 늦든 우리는 언젠가 삶이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나로서는 2021년 어느 날, 커다란 종이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는 순간, 자기 비하가 지하 감옥까지 처박히고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마치 무한궤도를 돌고 있다는 어지러움이었다. 어린 날 내가 내린 삶에 대한 정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는 깨달음이다. 평화로운 순간을 지나 아찔해지기까지, 도로 평화를 찾는 순간 오르고 내림을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가고 있다는 진실이었다. 보통의 날처럼 상황 탓, 남 탓을 하며 닥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었다.
"습관의 이유와 목적은 언제나 거짓말이다. 누군가 그 습관을 공격하며 그 이유와 목적을 묻기 시작한 후에야 덧붙여진다."
-프리드리히 니체
정말이지 지겹도록 삶은 반복된다는 진실이다. 내가 만든 틀 안에서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을 인지하고 지금 나의 모든 거지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전보다 더 세게 진실을 깨달을만한 일을 겪고야 말 것이다. 그 모든 극악의 상황을 바로 나의 내면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내면은 심판자로서 거나 비아냥대는 회의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내가 말하는 삶에 대한 진실, 내가 믿고 있는 세상 그대로를 창조해 내는 그저 순수하고 원대한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삶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있음을 믿는가? 믿지 않는가?내가 어찌할 수 없는 유전자, 태어난 나라, 가족을 원망하고 있다면 내가 창조하는 삶을 믿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미 주어진 것들이 내 삶의 문제가 될 순 없다. 그것을 내가 '문제다.'라고 여기는 마음 역시 사회적인 관념일 수 있다. 부모님은 나를 버렸다. 부모라면 자식에게 사랑을 줘야 한다. 반드시 책임감으로 키워야 한다고 누가 가르쳤지? 그건 진실인가, 나는 무엇을 억울해하는가? 애초에 있지도 않은 상처를 붙들고 상처를 받았다고 믿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우리는 내게 주어진 문제를 얼마든지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그건 그저 이미 일어난 일일 뿐이다.
인정하고 나아가면 그만이다. 나를 내려놓고, 나를 비울 때 삶이 비로소 채워진다는 말이 있다. '나'라고 믿는 과거의 경험과 굴레를 믿지 않는 것.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가슴에 대고 진심으로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나는 내가 만든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한없이 삶을 경험하며 느끼는 수밖에 없다.
색안경을 낀 것도 모자라 좁은 시야를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면, 죽는 순간에 이르러 얼마나 후회스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