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청소

슬픔에 대하여

by 하민혜

뜻밖에 귀한 책을 만날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폴커 카츠의 '마음의 법칙'을 읽고, 오늘 그중 마음 청소를 해보았습니다. (책 리뷰는 다시 남기겠습니다.^^)


마음 청소란, 집을 청소하는 것처럼 마음을 들여다보고 닦아내는 일과 같은데요.

마음공부를 하는 제게는 익숙한 개념이었습니다.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같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상실의 괴로움이나 부정적인 감정들을 꺼내고 스스로 마주 보는 겁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통제 불가능한 일을 겪기도 하고, 원치 않는 괴로움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럴 때 당신은 어떤 방법을 취하시나요?


대부분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나쁜 감정이라고 배우게 되는데요. 감정에 옳고 그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느끼면 안 되는 감정으로 오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사탕 하나를 잃어버려서 울고 있는데 그저 울지 말라고 다그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도리어 화를 내는 부모들도 많죠.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라던지, 울 일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럴 때 우리는 '뺏기는 슬픔'은 느끼면 안 되는 감정이라고 배우게 됩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가정 내에 형제자매가 싸우는 일은 일상 다반사입니다. 화가 나서 서로 따지고 있을 때 어른들은, '그게 화낼 일이니??' 하면서 전혀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너는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니??' 하면서 화가 나는 감정에 대해 핀잔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슬픔, 분노 등을 '느끼면 안 되는 감정' 그리고 그 자체로 이미 '잘못된 감정'이라고 배우게 되요. 감정을 표출하느냐 안 하느냐 와는 관계없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하는 겁니다. 우선, 감정 자체는 잘못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말해줘야 하겠죠?


몹시 불편하고 위협이라 느끼는 감정들을 만나면 우리는, 자신을 잊어버리는 선택을 많이 하는데요. 어린 시절 어른들의 경고처럼 잘못하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억압(Repression)이라고 부릅니다. 억압으로 일단은 외면하고 회피해서 느끼지 않으니 다행인 걸까요? 어쨌든 억압은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는 일종의 방어기제인 셈인데요.

문제는, 누른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잠재의식에 숨어 온갖 일을 벌인다는 겁니다.

몇 달이고 몇 년까지도 이런 상황은 유효한데요. 이렇게 억눌린 감정은 주로 불면증, 우울증, 만성피로, 위장병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심각한 경우 암까지 유발한다고 합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는 성인의 25%가 최소 한 번 이상 이런 억압으로 인한 정신 질환을 앓고, 그 추세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그럼 심리학 치료로 사용되는 '마음 청소'를 말씀드릴게요.

오늘 저도 마음 청소를 하면서 눈물이 흘렀고, 집을 청소하는 것처럼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은 좀 더 하려는데 딸의 전화로 끝까지 한 것 같진 않아요.

그럼에도 이를 하기 전과 후, 마음 상태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껴요.

우선 최근에 고통을 느낀 상황을 떠올립니다. 상대가 있다면 그 상대와 함께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머릿속에 리얼하게 재연하는 겁니다. 집중해야 하니 눈을 감고 조용한 곳에서 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2단계는 나의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는 겁니다. 상대의 행동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건 머리가 하는 거고요. 그것보다는 내가 느꼈던 감정에 집중합니다. 저는 처음은 죄책감, 열등감도 느껴지고 상대에 대한 마음도 느껴지면서 결국 본마음으로 가게 되었는데요. 제가 느낀 건 슬프다. 섭섭하다. 아프다는 느낌이었어요.


3단계 '나는 슬프다.'(예를 들어 내가 느낀 게 슬픔이라면) '슬퍼도 괜찮아' '나는 슬픔을 느낄 권리가 있어' '슬픔은 소중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이야' 라고 스스로에게 읊어주는 겁니다. 이때 정말 내가 머리로 하는 건지 가슴으로 하는 건지에 집중해 주세요. 다른 생각이 들어올 여지를 주지 말고 가슴에 집중합니다.


처음은 집중이 안되기도 하고, 감정을 꺼내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근데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스스로에게 '나는 ( )다.'라면서 감정을 읊어주니, 점점 의식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옮겨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슴이 아프기 시작하자 도망치고 싶은 기분도 느꼈어요. 놓치지 않고 계속 괴로운 가슴을 느끼고 있자니 얼마나 아픈지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제가 경험한 건 여기까지고요.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마음 청소는 5단계까지 있으니 그 내용을 공유하겠습니다.


4단계는 내가 느낀 감정을 동영상을 찍는 겁니다. 그저 상상으로요. 그리고 이 것을 내 안에 어딘가에 보관하는 그림을 그려봅니다.


마지막 5단계에서는요. 이 동영상을 수시로 꺼내 보는 겁니다. 그저 감상하듯이 말입니다. 언제나 스스로 다시 보기를 할 수 있고,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식에 심는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우리가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에 대해 보다 높은 존재에게 내맡기는 식의 방법을 권하기도 하는데요. 신이 나 하늘, 빛, 운명, 우연 등을 그 자리에 놓는 겁니다. 물론 이건 마음 청소의 과정을 거친 후에 권하는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음 청소를 하며 개운해지는 느낌을 가졌어요. 최근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일에 대해 한 번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조언을 드리자면, 내가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없애려고 느끼는 척하는 점을 유의하셔야 해요. 이건 마치 우울을 느끼며 해소하는 게 아니라, 우울한 감정을 미워하면서 싸우고 있는 꼴이 되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지고 더 괴로운 수가 있으니까요. 제대로 된 마음 청소를 위해서는,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있으며, 그 감정이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한마디로 말해 나쁜 게 아니라, 아픈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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