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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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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05. 2024

건네는 마음

아침편지

글모닝. 푸른 어스름에 요가 명상했어요. 비가 계속이라 새벽이 낮고 어두워요. 엉덩이 붙이고 앉아 호흡하기엔 그만입니다. 


창틀에 물방울이 조르륵 매달려 있네요. 바깥은 과한지 몰라도 물을 두 컵이나 들이켰어요. 저녁에 외식을 했는데 간이 진했지요. 몸을 봐도 알아요.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세상입니다.


한창 여름인 줄은 알지만 다음 주 내내 비소식이 들려요. 한국이 동남아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설이 있지요. 여름은 길어지고 소나기가 잦아서요. 뜨끈해지는 건 여실해요. 


어제라면 몸이 계속 앓았어요. 까무룩 잠들다 깨서 일하고, 읽고 썼네요. 내게 닥친 일이라면 감당할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벅찬 일이 있어서요. 그저 무게에 깔아지는 것뿐이에요. 단지 평온한 행복감은 흔들리지 않아요. 


짜릿한 쾌감이나, 절실한 성취, 기막힌 성공은 마약처럼 황홀하지요. 대체로 과묵하게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거기에 행복이 있다고 믿어요. 수많은 고용 노동자를 길러내는 기성 교육에 세뇌당한 셈이고요. 뒤로 허무감이 찾아오는 가짜 행복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교육이지요. 참고 누르며 기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양성해요. 


가리는 게 미덕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행복은 정말 먼 나라 이야기예요.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게 상대를 위한다고 믿기도 해요. 그런 분이라면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우리 겉으로는 말과 행동, 그리고 물질을 교환하지만요. 실은 내가 숨긴 마음을 주고받게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싫어하겠지?'라는 속내로 배려한다면, 사랑을 건네는 게 아니에요. 그건 사랑을 받겠다는 마음이기 때문이지요.


'별 뜻 없어.'라며 돈을 쓴다면 어떨까요? 내가 쓰는 돈이 별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대접받는 상대마저 별 의미 없다는 마음을 건네게 돼서요. 주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내가 쓰는 돈과 시간, 그리고 상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셈이지요. 


무엇에든 '의무'라고 여길 때면,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 애씀은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그대 자신이 생을 살아가는 것이 의무가 아닐 때에, 매일이 더 반짝거릴 겁니다. 조금 더 마음을 꺼내요. 괜찮아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라죠. 애초에 나쁜 마음은 없어요. 그대가 옳아요.


누구보다 행복한 금요일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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