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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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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04. 2024

잊지 말아요

아침편지

바람이 잠잠하네요. 서늘한 은빛 새벽엔 명상하고 요가했어요. 날마다 목 어깨가 삐그덕 대요. 만일에 48시간이고 버려두면 목에 담이 옵니다. 대번에요. 읽고 쓰는 시간이 많아 더한 것 같아요. 그대 몸은 안녕한가요?


그러던가, 말던가. 굳은 채로 살아도 살아지더라고요. 예전에 이 몸이 그랬어요. 사는 게 바빠서요. 운동이고 음식이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어요. 몸에서 뭔 말을 해도 느껴지지 않던걸요. 제 귀엔 들리지 않았어요. 병원에 드러누워서야, 의사 입이 열리고서야 아차, 싶었더랬죠.


젊어선 더해요. 내가 아니라 남을 신경 써야 하니까요. 가진 게 적은 날들이지요. 지금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해도 그때가 확실히 더 불안한 시기예요. 가진 자산이 적어서도 맞고, 서사가 없으니까요. 맨 몸으로 세상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요. 뭔갈 해내야 할 것 같은.


제 나이가 마흔을 바라봐요. 짐작은 하시죠. 딸이 열한 살이니까요. 20대, 30대를 지나오며 마냥 좋았다곤 못하겠어요. 젊음을 추앙하는 시대라지만 우린 알고 있어요. 정작 그때에 스스로가 누리는 젊음을 축복하지 못한다는 것을요. 


물론 돌아보면 아름다워요. 당시엔 느끼지 못했지만 나름 풋풋하고 귀엽습니다. 좀 징글맞기도 하고요. 이제 알은 것이 하나 있어요. 10년 후, 20년 후면 내가 '지금의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는 거죠. 당연한 이야길까요. 그래서 놓치는 거예요. 너무나 당연해서요. 곁에 공기가 있는 줄을 매일 놓치고 사는 것처럼요. 


오늘은 편지를 쓰기 전에 할 일들을 가지런히 적어 두었어요. 복잡하진 않아요. 다섯 손가락을 채울 만큼인데요. 늘어뜨리자면 열 손가락일지 모르지만, 단정하게 정리해 둡니다. 적고 보면 해내기 쉬워요. 어제만도 글로 적어 공표한 만큼 핑계 없이 요가원에 다녀올 수 있었어요.


삶에 우선순위라면 중심엔 내가 있어야 해요. 또 당연해 잊으실까 당부드리지만 나의 몸 마음이 우선이에요. 시간이 나서 몸을 챙기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몸을 챙기셔야 합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말을 기억하시나요? 하나 더 보태요. 중요한 건 숨 쉬는 공기처럼 늘 곁에 있는 것들이에요. 있다 없다, 하는 것들 말고요. 우선 그대의 몸 마음이 있지요. 버티고 선 땅과 내려다보는 하늘도요.


금방 창밖을 보다 동그란 태양과 눈이 마주쳤어요. 키보드 위로 반점이 생겼습니다. 눈을 감아도 태양이 거기 있네요. 아침의 태양, 그리고 여기 글을 쓰는 이 몸과 그대를 담은 그 몸에게 사랑을 보냅니다. 


당연한 아침인가요. 당연한 오늘인가요? 그렇다면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뜻이에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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