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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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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03. 2024

군함인가, 몸인가

아침편지

글모닝, 바람이 수선스러워요.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새벽은 요가하고 명상했어요. 오만 가지 감정을 맛본 참이에요. 새로 획득한 힘으로 아침편지를 쓰기 시작해요.


손가락이 부었어요. 왜인지는 몰라요. 낯선 몸의 변화만큼, 어젯밤에 느낀 외로움이 색달랐는데요.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온 날이지요. 속을 꺼내다 말다 했는가. 둘러싸인 때에 도리어 혼자라는 기분을 느낀 적이 처음은 아니에요. 잠에 들기가 괜히 싫은 겁니다.


가만히 외로움을 느껴 주었어요. 살며 만나왔던 마음이지요. 곁에 누가 있더라도 평생을 마주할 마음이에요. 발가벗고 태어나, 홀로 떠나야 하는 인간이기 때문일까요. 근원적인 고독이라는 걸 어느 날 이해하게 됐어요.


어떻든 생각은 군함 같은 몸 마음을 이길 수 없어요. 오래간 새벽을 맞이해 왔지요. 밤이 깊도록 깨어 있기란 여간하지 않아서요. 미적대는 생각과 달리 몸은 빠르게 침대로 녹아들었어요.


아침에 '글로 쓰다' 함께한 후엔 요가원을 가려고요. 이번주에 시작하리라, 약속드렸지요. 근래 몸이 무거워지고 있어서요. 면밀히 말해 마음이 묵직한 때문이지요. 닭이 먼저인지, 달걀부터인지 몰라요. 매트에서 몸을 반으로 접다 말고 오늘 새로운 요가원에 가려는 생각이 떠오른 거예요. 가슴 한 귀퉁이가 환해지대요. 애써 땀 흘리는 일과 뜻하지 않는 고통을 기대하는 겁니다.


매트 위에 벌어지는 요가가 우리 삶과 꼭 닮아서요. 뻘뻘 대고 나면 열망이 피어올라요. 활력과 용기가 생깁니다. 어려운 건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는 것, 매트 위에 자리하는 거예요. 일단 올라서면 그다음 벌어지는 애씀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우리 사는 것도 그렇지요. 머릿속에 뒤엉킨 생각이 삶을 어렵게 해요. 막상 무대 위에 올라서면 어떻든 해내는 우립니다. 그대가 살아낸 삶이 진실을 증명하지요. 매트 위에 올라서라도 수없이 실패를 맞이해요. 나의 한계를 경험하고요. 그럼에도 또다시 도전하는 건 생생하게 날마다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에요.


외롭기만 하면 다행입니다. 오롯이 이 한 몸 꿈적하는 일조차 쉽지 않을 때가 있고 말고요. 추락하는 기분이 들 때면 그대로 소멸하고 싶기도 해요.


밑바닥을 찍어야 개구리가 높이 올라간다는 걸 기억해요 우리, 어젯밤 우주 먼지가 된 느낌과 우주 전체가 된 지금의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뭐 하나 틀리지 않지요. 중요한 건 새로운 오늘이 분명하다는 거예요. 배꼽 아래에 숨을 채우고 오래 내쉬어 봅니다. 긴 호흡으로 지금 여기, 머물러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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