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침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혜 Jul 06. 2024

뭉근하게

아침편지

안녕하세요. 타닥타닥, 마치 장작이 타오르듯한 소리가 들리네요. 잎은 눕고 꽃은 고개를 젖힙니다. 다 같이 지쳐 잠에 든 모습이에요. 빗소리에 명상하다 졸았아요. 어쩐지 눈 동그랗게 일어난다 했더니만.


비가 오고 말고 해요. 어제라면 흐렸다, 놓았다 해서 동네 도서관에 다녀왔어요. 자전거 타는 아이를 따라잡을 수 없어요. 아이는 재차 돌아오느라 신나게 바퀴를 구르지 못해요. 목적지만 향하지 않고, 자꾸만 멈춰 기다리는 아이가 고마워요. 저라면 제 발로 구르는 킥보드를 타는데요. 아무렴 자전거만 못해서요.


어려서 소위 '동기부여 전문가'따위의 타이틀을 달았던 기억이에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에든 사물에든 영향을 끼치고 싶어 하는데요. 가장 기쁜 것은 어쩌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일 아닐까요. 알게 모르게 우리는 타인을, 세상을 움직이고 싶어 해요. 면밀히 말하자면 '내 마음에 들도록' 바꾸려는 거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마찬가지예요. 자꾸만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지요. 그게 올바른 부모역할이라고 믿으니까요. 


동기부여를 참 잘한다, 고 말했던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대화를 나누면서 알았어요. 바꾸려 들지 않는 것이야말로, 그저 자기 스스로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요.


손을 떼야 손에 닿는 셈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이 오히려 세상을 바꾼달까요. 


어려운 일이에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분들에나, 목이 찢어지도록 외치는 분에게 죄송한 마음이고요. 


밖에서 세게 밀어대면 마치 반작용이 일어나듯 해서요. 잠깐은 꿈쩍, 하고 움직이듯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도리어 강한 타력에 관계가 망가지던지, 내가 또는 네가 죽어나기도 해요. 


과연 변화란, 강압이어선 안됩니다. 내가 나를 변화시키려 할 때에도 마찬가진 것 같아요. 저라면 받아들이거나, 포기하기를(내치기를) 잘해요. 수용에 가까운 방치를 하는데요. 포기하거나 내칠 때 속으로는 여전히 '바뀌는 게 맞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숨어 있어요. 이런 마음이면 상대는 물론 나를 움직일 수 없어요.


변화는 그러니까, '바뀌지 않아도 좋다', '있는 그대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일 때 일어납니다. 어려운가요? 실은 내가 옳다는 생각을 쥐고 있을 때가 더 힘이 들어요. 어깨를 뒤로 아래로 꾹 눌러 주세요. 내려놓습니다. 힘을 빼도 괜찮아요. 쉼이 있는 주말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건네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