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부터 누가 예쁘다고 하거나 뭔가를 잘한다고 칭찬하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부정하기 바빴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나 말고도 주변에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마치 겸손인 양 에둘르지만 사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노자는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이 하나이고, 선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하나임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늘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원성을 지니고 있다는 진실이다. 높음이 있다는 건 낮음이 있다는 뜻이고, 밝음이 있기 위해선 반드시 어둠이 필요하다. 세상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혼자 존재할 수 없고, 정확히 반대의 존재와 함께한다는 뜻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처럼, 반대로 보이는 모든 것들은 하나의 뿌리를 갖는다.
절대적이지 않은 것을 '진리'라 부를 수 없다. 크고 작음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반드시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으로 둘은 하나라는 걸 반증한다. 하나에서 쪼개진 반쪽이라는 뜻이다.
인정받는 것과 무시당하는 것 역시 하나의 마음이라 볼 수 있다. 결국 무시당할 때 수치스러워하거나 그 느낌을 부정했다면,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에도 수치스럽고 손사래치며 부정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인정받거나 무시당하거나 우리가 반대라 믿는 둘은 본래 하나이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느낌을 갖는다.
인정받는 느낌은 사랑받는 느낌과 관련이 있다. 어릴 적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미움을 받을 때 어떤 느낌을 밀어냈을까 성찰해 본다. 만일 내가 불안을 느꼈다면 어떨까? 그 불안을 억압하며 무의식에 저장해 두었다면? 누군가 사랑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 건 잠시고, 어느샌가 불안함을 느낄 것이다. 내가 사랑받지 못할 때 누른 마음이 '불안'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는 것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느낌 역시 결국 하나인 셈이다. 하나의 마음이 올라오게 되어 있다.
어릴 적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고 왠지 모를 죄책감을 억압했다면,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 역시 잠시 행복을 느끼긴 하지만, 어느샌가 죄책감이 올라올 수 있다. 버튼이 눌린 것이다.
심리학에서 억압을 설명할 때에나, 내가 하고 있는 의식적인 마음공부 역시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
태어나 처음 만난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처리했는가에 따라, (실제 큰 일을 겪었든 아니든) 사건의 경중에 상관없이 내 삶을, 인간관계를 쥐락펴락한다는 맥락이다. 또 부모님 이야기냐, 어릴 적 이야기냐 하며 혀를 내두르는 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많은 뇌과학자 그리고 저명한 심리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어린 시절 우리 안에 잠기는 패턴들이 지속적으로 삶을 휘두르는 상황을 증명해 냈다. 뇌의 시스템이라 정의하든, 관념이든, 프레이밍, 편견 혹은 무의식, 잠재의식 등 용어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못마땅한 가족, 동료, 친구를 보며 혀를 차기 전에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패턴으로 반응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단지 그것을 알아차리고 관찰할 뿐인데도 꽤나 많은 변화가 시작된다. 하루 중 90% 이상이 무의식적인 반응과 패턴으로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자동뇌 시스템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이 우리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리학에선 프레이밍이라고 해서 내가 만든 틀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거나 학습할 때 유용한 기능이다. 분명 어느 정도의 틀과 자동 시스템은 삶에 필요할 수 있다. 다만 내가 보는 상대방이나 상황, 사건 등에 대한 해석 그리고 판단에 대해 늘 의심하고 돌아보는 일도 자동 시스템으로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우리가, 끌려가는 삶이 아닌 스스로 끌고가는 삶을 살면 좋겠다. 마치 꿈 속에서 헤메듯 자동으로 살아지는 삶 말고, 단 하루를 산대도 깨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진실을 느끼는 삶을 말이다.
내가 믿고 있는 세상에 대한 프레이밍은 다름 아닌 나를 가두고, 판에 박힌 생각만 되풀이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인간의 생生의 목적이 오직 생존만은 아니리라.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트리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