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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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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12. 2024

그네 타기

아침편지

안녕하세요. 바다의 입김 같은 하얀 포말이 떠오르는 하늘이에요. 여름이라고 부쩍 바다가 그리운 거겠죠. 덧없는 마음에 한바탕 글을 토해내고 편지를 쓰기 시작해요.


어제 길에 지나다 앞서는 사람 말을 듣게 됐어요. 시꺼먼 뒤통수가 매일이 똑같다고 푸념하더라고요. 그런가요? 저라면 오늘 큰 파도에 뺨을 맞을 참이라 얼얼한 맛인데요. 매일이 같다면 한 달이 일주일만 같고, 하루만 같을까요. 


지구는 1초에 465m를 달려간다고 하지요. 태양을 따라 질주하면서 몸을 회전시키고 있어요.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를 우린 전혀 느끼지 못해요. 인간은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정속이 아닌 상태만을 감각합니다. 나의 삶이 그래요. 무탈한 일상을 우린 감각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감사하지 못해 그네 타듯 이쪽저쪽 흔들어대지요. 그렇게 가속도가 붙어야만 살아있음을 감각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삶에 고통은 물론이고 고난을 자처한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지나온 날들이 그랬고 지금도 그래요. 과감한 행마와 달리 막상 아래로 내려가면 겁을 집어먹지요. 그 상태 그대로일 것만 같은 거예요. 올라가면 이제 떨어질까 봐 두렵고요. 아이러니한 건 그런 변화에서나 우린, 생생해진다는 겁니다. 그네를 흔들어대는 건 사실 나 혼자예요.


감정에 비유할 수도 있어요. 어제 만났던 분노와 열등감, 불안을 우린 미워해요. 밉지 않더라도 그 감정을 만나길 학수고대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한데 과연 정말일까요. 미동 없이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우린 살아 있음을 감각할 수 있을까요.


그대는 끊임없이 진동하는 에너지예요. 미신이 아니라 과학이 말해요. 먼지 같은 기분을 느끼는 건 실제 우리가 먼지라서 그런지도 몰라요. 양자로 이루어진 이 몸과 지구상에 모든 물질의 핵을 모으면 꼭 먼지 한 톨이 나온다고 하지요. 


만져지는 것, 물질이라면 실은 그게 전부예요. 나머진 몽땅 '빛'입니다. 텅 비어있어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으로 꽉 찬 세상이고 우주인 셈이죠. 그대와 나를 포함해서요.


하루하루가 지겹다면, 먼저 내 눈에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의심하세요. 나의 감각을 믿지 않는 겁니다. 또 하나, 웅얼대는 불평과 불만으로 삶을 끌어내리고 있음을 알아차리세요. 그네가 아래로 내려가든 올라가서든 바싹 힘을 주게 되면 잠시 멈춰있긴 하겠죠. 생각만 해도 힘들지 않은가요. 자연스레 움직이게 두세요. 그게 삶이고 내가 바라는 감각이니까요.


오늘 밤 9시 금요 라방에서 만나요. 기꺼이 살아있음을 느끼며 그네 타기를 즐기는 오늘이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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