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침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혜 Jul 11. 2024

사랑하는 이유는 그대이기 때문이다

아침편지

유쾌했던 어제 하늘만큼 어둠이 선한 새벽이었어요. 각각의 형상은 마음과 같아서요. 자주 변하고 솜털처럼 간지럽기만 하지 않아요. 뭉친 채로 겹겹이 쌓이면 시꺼멓고 둔탁해요. 언제나 흩어지면서 흘러갑니다. 실체 없는 작품이지요.


한결같은 배경인 파란 하늘을 '진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마음이야 어떻든 지켜보는 입장에선 변함이 없을 거예요. 거기엔 슬픔이나 분노, 그 어떤 허기나 고통이 없습니다. 


미술 전시를 보고 왔어요. 책을 겸하는 곳이에요. 아티스트의 생애를 읽고 물끄러미 작품을 바라봅니다. 사랑을 주제로 하는, 특히나 엄마에 관해라면 가슴이 먹먹해져요. 내게 양껏 사랑을 주지 않으셨더라도 마찬가진 것 같아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조건 없이 사랑했던 대상이기 때문일까요.


엄마가 예뻐서거나, 친절하거나,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지요. 그냥 눈앞에 엄마라서 사랑하게 돼요. 어떤 이유나 해석이 필요하지 않아요.


부모라면 어떨까요? 아기가 잘났거나 노력하기 때문이 아니지요. 역시나 있는 그대로 눈앞에 아기를 사랑하게 됩니다.


연인, 부부 관계는 다를까요? 처음은 그저 너라서 사랑하게 돼요. 물론 어느 만큼 판단이 들어가지만요. 제일 멋있어서, 제일 예쁘고 똑똑해서 사랑하진 않아요. 


진짜 사랑은 그래요. 어떤 이유도 없어요. 사랑해서 사랑하는 겁니다. 내 자식이지만 밉고 부모라지만 불편한 건 왜일까요. 혹시 우리가 상대를 해석하고 주무르려 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정말은 지금 내가 사랑이 아닌 자리에 앉아 있어 불편한 건지 모르겠어요.


일을 대하는 자세나, 삶을 마주하는 태도도 마찬가지 같아요. 내 뜻대로만 하려고 할 때 여지없이 지치고 불안해집니다. 바라는 게 많을수록 더해요. 내가 맞다는 생각이 강할수록 부정적인 감정은 커집니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삶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무언갈 바라는 게 아니에요.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두려움 때문입니다.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살며 받은 상처 때문이에요. 명확히 말하자면 상처에 대한 탓을 하고 있어섭니다.


어느새 목요일인가요? 사랑만도 모자란 7월이 절반을 향해 갑니다. 어떤 말이든 행동이든 상대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길. 내가 행복한 마음인 것이 상대를 위한다는 걸 망실하지 않기로요.


오늘은 우리, 사랑으로 살아요. 그대가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아침엔 '글로 쓰다'에서 문장 공부하고 요가원 다녀올게요. 이따 만나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아이랑 나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