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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17. 2024

배움이 살아있음이라

아침편지

안녕하세요. 마름 없이 비가 내려요. 녹빛이 진해질까요. 어두운 새벽이라 음악을 켜려다 빗소리만으로 충분해서요. 문득 이대로 컴컴하니 여름의 끝에 가는 게 아닌가, 염려했어요. 2주간의 날씨를 보여주는 앱에는 오늘도, 지난주에도, 저번 수요일에도 내내 우산 모양입니다. (다음 주말까지는 비소식이에요.)


오늘은 타협하지 않고 요가를 예약했어요. 제가 다니는 곳은 미리 예약하는 시스템이에요. 한 번 더 나와 약속하는 셈이죠. 가야지, 하고 발에 신을 욱여넣지 않으면 그만이지만요. 


어제 글쓰기 강연이 있더랬어요. 시간 돼서 여는 라방과 달리 자료를 준비했어요. 애를 쓴 건 아닙니다. 시간을 썼어요. 덕분에 즐겁게 공부했지요. '히로니카 헤이스케' <학문의 즐거움>, 제가 좋아하는 책인데요. 그는 사는 것이 배우는 것이며, 배움에 기쁨이 있다고 말했어요.


아, 잠시 창밖에 혼을 빼앗겼네요. 빗물이 들어서도 한겨울에도 창을 열어두는 편이라요. 점점 빗소리가 세지더니만 이젠 언제 봤나, 싶을 만큼 촘촘하게 비가 내려서요. 


글쓰기 강연에 여운이 감겨요. 새벽 명상에도 떠오르더라고요. 이런 식이에요. '아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뭐야, 내가 강연해 놓고 좋았다고?' '글쓰기는 나와의 중얼거림이구나.' '내 생각의 한계가 드러나는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이건 마치 깨우침의 연속인데요. 헤이스케 말대로 오늘을 살아 있으려니, 계속해 배우는 모양입니다. 뜨끈한 커피를 좀 내려야겠어요. 잠이 적은 딸이 일어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에 앉아 있어요. 글이 산으로 갈 것 같아요.


삶을 학교에 비유하기도 하지요. 다만 학교에 있다고 절로 배워지진 않아요. 사람을 한 번 만나고 헤어지더라도, 책을 한 권 읽고 덮더라도, 오늘 어제와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배움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 때 인생은 친절하게도 내가 배우고 있지 않음을 알려 줍니다. 피하려는 것을 기어코 다시 만나게 해요.


오늘 글이 요점 없이 산만하네요. 우리 삶도 그렇지 않나요? 결론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해요. 삶의 결말 역시 시시합니다. 지금, 이 과정에 몰두하는 순간순간이 삶의 전부일지 몰라요.


오늘 저는 요가하고, 좋은 책 서평 하나 쓰고 싶어요. 돈을 벌고, 원고도 살피고요. 가만 엎드려도 있을게요. 무얼 하시든 배움이 있는, 그러니까 살아있는 오늘이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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