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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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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25. 2024

늘 거기 있어주는 것

아침편지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물비린내가 익숙한 요즘이에요. 오늘은 날이 환하네요. 보송보송하게 말려주려나요. 


어제 아침 호수 주변을 걸으러 나갔어요. 빗길에 우산 쓰고 걷는 상상을 했더랬는데, 어찌나 활활 끓던지 몰라요. 손에 들린 시집을 머리 위에 얹었어요. 얼마 걷다 몸을 돌리고 도서관을 향했어요. 


어려서 태양이 나를 따라다닌다고 믿었던 때가 생각나요. 어딜 앉으나 고기 굽는 연기가 나를 향하는 기분 아시죠. 어디 가나 모기가 이 몸을 물어요. 사실 햇볕을 좋아하 는 건 저예요. 오래전부터 사인은 'solar'를 쓰고 있고, 영업소 이름을 '태양'이라 지었어요. 아이 태명을 '햇살'이라 불렀고요.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을 좋아하는 마냥, 해 보기를 좋아하는데요. 주근깨가 이만큼인 것이 다행이죠. 노상 올려다보니까요. 나를 지켜주고 감싸는 느낌, 해가 늘 거기 있는 게 좋아요. 


밀어주고 지지해 주는 구원자. 신이랄까요. 우리, 나의 진가를 알아주는 누군갈 기다리는 마음이 있지요. 이 마음이 커지면 <신데렐라 증후군>이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우울함은 누구에게나 있는데, 그 마음이 나를 집어삼키면 우울증이 되는 것과 같아요. 불안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그런 마음 없는데,' 하는 분이 있어 덧붙입니다. 어려서 '구원자'에 대한 마음을 탈없이 흘려보냈다면 얼마든지요. 한데 누군갈 기다리는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아픔이 더해지면, 그 마음은 흘러가지 못해요.


보통은 결혼하고, 특히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면 삶에 대한 책임을 뼈아프게 통감해요. 말 그대로 뼈가 저립니다.ㅎㅎ 물론 아픈 와중에도 또다른 구원자를 기대하고 있을 수 있지만요.


아는 분 중에도 있어요. 저랑 비슷한 나이의 딸이 있는 분이세요. 애타게 누군갈 기다리는 마음을 종종 내비치세요. 어딘가 완벽하고 그럴싸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요. 그러고 보니 연예인을 좋아했다가 정치인, 특정한 종교에 빠지시기도 하지요. 그 마음을 누가 나무랄까요.


세상 나 하나뿐임을 알기까지 오래 돌아왔어요. 자만하거나 확신하진 않아요. 아직도 나보다 더 나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는걸요. 그런 날이면 그 마음을 가엾게 바라봅니다. 단지 가야 할 길은 물론이고, 정답마저 나에게 있음을 기억하려고 해요.


부족한 나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면 설사 '완벽'하다 믿는 사람이건, 종교건, 책이든 소용없을 수밖에요. 우린 내가 나를 대하듯 세상을 대하기 때문이에요. 대상을 바꾸고 또다시 찾아 헤매긴 하지만, 그런 마음이면 종종 무기력에 빠지게 됩니다. 내게 피어난 불안을 내 안에서 해결해야 하니까요. 


직관적으로 나를 감싸는 하늘과 태양을 인지하는 것도 좋아요. 늘 거기 있는 것, 변함없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과 하늘, 태양이라 말할까요.


이제 아이들 방학이에요. 오늘부터 시작이네요. 신나게 숲으로, 바다로 다녀야겠어요. 독서 모임으로 노원에 갑니다. 친구들 만나려니 벌써 기분이 좋아요. 목을 돌리고 기지개 한 번 쭈욱 펴 봅니다. 오늘을 사는 그대에게 애정을 가득 실어 응원을 보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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