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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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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24. 2024

걸어 들어가는 마음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요. 괜히 우산 들고 길에 걷고 싶은 걸요. 새벽은 요가하고 명상했어요. 잠잠하려도 자꾸만 하고자 하는 일이 떠올라서요. 결국 메모지에 받아 적고 다시 자리했네요. 


요가에 '파드마'라는 게 있어요. 일명 '연꽃 자세'라고 하는데요. 하체와 허리 혈액 순환에 좋다고 해요. 어렵진 않은데 오래 자리하기 힘들어하는 분이 많아요. 저라면 복숭아뼈가 발목을 누르는 지점이 멍든 것처럼 아파요. 실제 멍이 들기도 하고요. 하도 괴롭히니 평소라도 건들면 저릿합니다. 


오늘 새벽은 파드마를 짜고 한참 명상했어요. 하체에 느껴지는 고통이 생생해요. 심하게 아픈 게 아니라, 은근히 고문하듯 짜증스러운 느낌인데요. 재밌는 건 그런 때 생각에 빠지는 지점이에요. 호흡에 머물지 못하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는 겁니다. 고통을 피하려는 제 자신이 역력했어요.


아픈 일을 겪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를 알 수 있어요. 마음이 다치건, 몸이건 매한가지예요. 아픔을 느끼지 않으려다 보니 산만해집니다. 생각에 빠지기 쉬운 거예요. 그러다 뭐 하나 탁, '너 잘 걸렸다.'ㅎㅎ 특정 대상을 원망하지요.


주위에 거슬리는 사람이 있고, 미워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건 내가 지금 아프다는 뜻이에요.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나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태풍의 눈'을 아시나요? 태풍의 안쪽으로 들어서면 풍속이 점점 강해지는데요. 정중앙에 가면 바람 없이 고요해집니다. 그곳을 태풍의 눈이라고 하지요.


고통의 중심도 이와 같아요. 고통은 고통을 느낄 수 없어요. 나와 고통이 분리되어야만 '내가' '고통을 느끼는' 거죠. 분노는 분노할 수 없습니다. 내가 있고, 분노가 있어야 '내가' 분노를 느낍니다.


내 안에 들어갈 때 저항이 세지는 건 마치 태풍과 같죠. 요란스러운 때면 더할 거예요. 결국 중심에 닿아야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해집니다. 매일 새벽이고 낮이고, 밤에도 명상하는 이유예요. 누군가는 바쁜 세상에 멈추고 앉아 시간을 낭비하느냐, 묻겠지만요. 시선을 나의 중심으로 돌리는 지금에야 저는, 내 삶을 사는 생생한 느낌이에요.


어제 주먹만 한 토마토를 씻고 갈고 끓였어요. 양파도 여럿 같이요. 커다란 유리병 세 개에 담아 넣으니 배가 든든합니다. 이렇게 만들어 넣어두면 1년은 꺼내 먹을 수 있어요. 수프로 먹고, 주스로 마시고, 요리에도 넣습니다. 올리브유 넣어 빵을 찍어먹어도 좋아요. 어젠 끓인 토마토로 파스타를 만들었어요.


오늘은 레몬, 생강, 강황, 사과를 넣고 갈아 조르륵 만들어 둘 거예요. 천연 피로 회복제입니다. 내일 독서모임에 가져다주려고요. 그대에게도 편지와 함께 배달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비바람이 계속이죠. 소나기가 내린다고 해요. 혈혈단신이라 우산 없이 다닐 때가 많아요. 비를 너무 맞으면 감기 걸리기 쉽지요. 우산 잘 챙기시고요. 명료한 평온이 여무는 수요일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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