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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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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28. 2024

누가 누굴 교육하는 걸까

독립

좋은 아침이에요. 이른 새벽부터 열기가 감돌아요. 아, 물론 몸을 움직여도 맞아요. 그래서만은 아니라, 지금 기온이 27도라네요. 6신데 말이죠. 


오래 알고 지낸 친구 하나가 오늘 물놀이를 가자고 했어요. 야외 수영장을 떠올리니 아득합니다. 일요일이라 사람도 많을 텐데요. 이건 놀자고 가는 거죠. 막상 가면 어떤가요. 덥고 짜증스러워도 그럭저럭 즐겁습니다. 물론 집에, 도서관에, 카페에서 책을 읽어도 무척 즐겁지만요.


그제 말이 나왔을 때부터 제가 어기적대더라고요. '거절' 도사인 것은 맞아요. 가기 싫음 안 가면 되는데, 아이들 방학이잖아요. 아이가 '물놀이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 엄마의 '의무'인 셈이에요. 


아, 모든 게 그래요. 벌고자 해서 다니는 회사가 '나가야만 한다'는 의무가 될 때, 이제 가기 싫은 마음이 들러붙어요. 책을 읽으려는데 '읽어야 한다'는 식이라도 마찬가지죠.


내 마음을 따라가나, 어제 딸이 배가 아프대요. 쫄딱 비를 맞으며 물총 놀이하더니만, 감기 기운까지 닥쳤어요. 늦은 밤 이 사태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했지요. 친구는 말없이 무언갈 예약해 놓았더라고요. 취소 수수료가 나오지만 괜찮다고 말해요. 아이도 없는 친구가 저를 배려해 준 셈인데 미안한 마음이에요. 밥이라도 먹게 건너오라고 말하려다, 가깝지 않아서요.


내일, 월요일에 가자는데 상황을 봐야 하겠죠.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이따금은 누군가의 배려로 어딜 가기도 했는데요. 이젠 좀 크고 보니, 엄마랑 이모 따라 어딜 가는 게 뜨뜬 미지근해요. 친구랑 동네에서 놀고 싶은 마음을 내비칠 때도 있어요. 


잔뿌리 같은 아쉬운 마음이 있다 해도 굵게는 해방감을 느껴요. 교육의 목표는 독립이라죠. 제가 아이들을 교육하는지, 아이들이 어미를 교육하는지 싶지만요. 그렇네요. 부모자식은 서로가 서로에게 독립해야 해요.


10년을 원 없이 데리고 다녔어요. 제30대를 전부 바쳤다는 데 누구라도 이견이 없을 겁니다. 할 수 있는 만큼 밖엘 나갔지요. 이젠 서로가 서로를 슬슬 놓아주는 게 느껴집니다. 아쉽거나 서운하지 않아요.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사랑했고 사랑하니까요.


아침 편지 길이를 점차 줄일 생각이에요. 글이 쓰고 싶음 브런치에 쓰면 되지요. 밤 편지도 있고요. 불볕더위라면 이열치열입니다. 더 뜨겁게 사랑하는 일요일이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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