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계절?.........
글로쓰다2기 day4
그녀는 눈알을 굴리고 있다.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물으면 답할 수 없었다. 빨강이냐, 파랑이냐면 어떤 때엔 빨강이 좋은데 어쩌면 파랑이 좋았다. 매사 이래 놓으니 취향이 없다는 좌절감은 물론이다. 열한 살에 '우유부단하다'는 표현을 접했을 때 '이게 나로구나.' 싶었다. 마음에 들진 않았다. 재밌는 건 '우유부단한' 그녀 치고는 거절을 잘한다는 점이다.
사실 잘하는 걸 넘어서 매정할 지경이다. 웃으며 '노'를 외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짜장면 먹을래요?" "아니요. 안 먹을래요." 이때 짜장면이 싫거나 묻는 사람이 싫어서는 아니다. 물어본 그 순간은 별로라고 느꼈을 뿐이다. 인생책이니, 최고의 00이니,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라니. 그녀는 버벅대기 시작한다.
겨울에 좋은 점이 분명한데 아닌 점도 선명하다. 우선 옷이 너무 무겁고 번잡스럽다. 반해 따듯한 난로가 있고 상큼한 귤을 실컷 먹을 수 있어 좋다. 이불속에 웅크리면 천국이나 다름없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름이면 뜨거워 별로라지만 수박이 있고 옷이 없어 좋다. 훌렁 훌렁, 벗어던지기 그만이다.
추억을 씹으며 좋고 싫음을 나눌 수도 있으려나. '나는 겨울에 안 좋은 기억이 많아.' 하는 식이다. 그녀라면 어떨까. 멀쩡히 제 속도로 운전하다 신호 위반으로 돌진해 오는 차에 치여 데굴데굴 구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저쪽 차선까지 그녀의 차가 돌아간 일이다. 연기가 펄펄 나는 상태였다. 그녀는 차와 함께 기절했다. 세상을 구른 지 얼마지 않은 새 차였다. 그대로 차는 사망했고 그녀는 구급차에 실려갔다.
뼈 하나 부러지지 않았지만 굉음은 오래간 귓속을 맴돌았다. 퇴원하고 대수롭지 않게 사고 난 그 길을 운전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경악했다. 벌써 잊었느냐고, 아무렇지도 않으냐 물었다. 계절이 그렇다. 매 계절마다 숨은 기억이 있다. 게 중엔 아프고 쓰라린 일이 없을까. 징크스 하나 없이 살아온 그녀다. 원인을 너에게나 계절에게 두지 않을 뿐이다. 고통스러운 사연은 자연재해라고 받아들인다. 계절은 제가끔 향이 나는 '계절'일 뿐이다. 멋은 없지만 그녀에게 빨강은 그냥 빨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