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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어쩌다 운동이 절반이 됐을까

아침편지

by 하민혜

8월 한가운데 수요일이네요. 내일 연휴 계획 있으실까요? 어딜 가시나 궁금합니다.


오늘 아이들 데리고 야외 수영장에 가요. 아침 일찍 요가원을 예약했는데 의지가 꺾였어요. 챙겨야 할 짐도 좀 있고 조카도 데려갈 참이라요. 차분하게 준비하고 싶네요.


어른이 저 혼자라 읽을 책도 가져가요. 끝나가는 여름의 불볕을 온몸으로 맞이하려니 기대됩니다.


몸을 띄우는 것은 할 줄 알게 됐고, 무엇보다 공포가 줄었어요.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줄 수 있겠어요. 강습을 끊고 수영장에 다니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에요.


눈바디엔 관심 없는데 어제 헬스장에서 엉덩이를 만졌어요. 몰랑하니 단단하대요. 근육이 많이 붙었어요. 제가 좀 말라서요. 아이 둘을 출산하고는 더했거든요.


운동이란 나 몰라라, 했지요. 회사를 나간 후로는 시간이 날아갔어요. 아이 키우랴, 일하랴, 집안일하랴. 그런 중에 드라마를 본다거나 술을 마셨다는 이야길 들으면 의아했어요. 나 혼자만 체력이 바닥인가 싶었지요.


딱 '살기 위해' 하는 일들 말고는 없었거든요. 퇴근해 집에 오면 정장을 입은 채 요리하고 청소했어요. 주변에 아이를 맡길 사람은 없었어요. 그때 남편은 밥을 먹거나 자는 시간 외에는 안보였어요. 그분은 나름의 사정이 있으셨지요.


취미라곤 아이들이 놀 때 책을 읽는 정도. sns는 관심 없지만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낮잠 한 번 자본 적이 없지요. 낭창낭창한 모양과 비슷해요. 가늘었던 이 사람은 계속 가늘기만 했어요.


30대가 그렇게 흘러가더라고요. 빠른 바람에 굳센 풀을 안다고 해요. 그 시절을 지나며 삶에 대한 의지가 점점 단단해진 것 같아요. 살고자 하는 삶의 모양과 의지는 피어나는데, 체력은 바닥이었어요. 몸을 챙긴 일이 없으니 당연한 인과입니다. 꿈과 이상은 늘 '저기' 있고, 일상은 그렇지 못했어요.


지금은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걸까요. 아이들이 10살이 넘은 거요? 나이를 더 먹었고 회사를 그만뒀지요. 또.. 여전히 혼자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제 몫이에요.


의무는 몸 마음을 아프게 해요. 눈을 뜨면 해야 하는 일 투성이라고 믿었던 시절, 나와 주변을 참 많이 아프게 했어요. 삶이 숙제라니, 매일이 얼마나 고단했을까요. 몸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없지요.


달라진 건 전부예요. 마음 하나 바꿀 뿐인데 신기하죠. 조금씩 트시면 돼요. 제가 옆에 있을게요. 오늘을 의무가 아닌 권리로 살아가시길. 행복할 권리는 꼭 챙기시고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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