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좋은 아침이에요. 새벽은 느리게 앉아 격관 명상했어요. 호흡의 틈을 바라보는 명상입니다. 공간이랄까요.
어제 밤늦게 글을 써 올렸는데 삐뚤빼뚤해요. 우선 글씨 크기가 그렇네요.ㅎㅎ 종일 바깥에 놀더니만 어깨가 새빨갛고 따가워요. 이제 허옇게 까지려나요.
뒤를 돌아보지 않는 편이에요. 어쩐지 그래왔는데요.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친구가 말해요. 공감합니다. 저라고 과거가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기억이란 미화하기 마련이라, 도망가기 좋지요.
'꼰대'라고 하잖아요. '나 때에는 말이야.' '과거에는 말이지~.'라며 거기 머무는 분들이요. 우리는 자칭 그리고 타칭 '스토리 텔러'입니다. 늘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어요.
현재를 경험한다는 건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건데요. 어떤 모양으로든 그림 그린 과거로 가면 나는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없어요. 물론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일도 직관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요.
적어도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여유가 생깁니다. 생각이 과거를 향하든 오늘이든, 내일을 바라보든 마찬가지예요.
자기 생각에 갇혀있는 사람이 얼마나 불행한지 아실 거예요. 꼰대 이야길 해놓았으니 말이에요. 그리 살면 같은 10년을 살아도 1년을 경험한 것과 다르지 않아요. 어떤 말인지 아시죠?
낯선 경험이나 사람 앞에라도 자기 틀에 넣고 '이건 이런 거야.'라고 만드니까요. 새로울 게 없어진다는 건 매일이 같은 날이 되는 겁니다. 일 년이 한 달처럼 흐를 거예요.
풍성한 삶은 오늘을 경험하는 거예요. 과거나 미래로 가는 '생각'이 전연 사라질 수 없지만요. 적어도 갇히지는 않아야 해요. 호흡을 의식하는 겁니다. 관찰하는 거예요. 내가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드는지 말이에요.
흘려보내는 건 '잊어야지'가 아니라, 바라봐야 하는 겁니다. 한 발 떨어져야 해요.
친구는 추억을 떠올리면 행복하다 말해요. 맞아요. 떠오르지 말라 해도 절로 떠올라요. 재밌게도 한 발 떨어지면 도리어 생생해집니다. 내 편으로 해석한 기억보다,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기는 거예요.
목요일이에요. 수영장 강습이 있는 날이라요. 일찍 다녀와 읽고 쓰고, 돈 벌고 집안일도 하렵니다. 선연한 오늘을 맑게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