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안녕하세요. 요새 안개가 잦아요. 비가 내리는 건 아니지만 새벽 내내 뿌옇습니다.
시금치 한 단에 8천 원이라고 기사가 떴어요. 제철이 아닌 데다 명절 앞이라 더하대요. 이유식을 고루 먹이는 게 좋다지만 시금치 말고 다른 걸 넣으면 어떨까요?
이사오고부턴 마트를 자주 가요. 쓱 둘러보다 값이 천정부지로 솟은 채소를 만나기도 하지요. 사려다 말고 가만히 내려놓습니다.ㅎㅎ 메뉴를 변경해요. 오늘 요리에 들어가더라도 적당히 빼고 해 먹습니다.
당근이 몸에 좋다지만 혈당을 많이 올린다 하죠. 고기가 좋다고 고기만 먹는 분도 계시던데요. 탄수화물이 나쁘다, 좋다 말이 많아요. 커피는 어떨까요. 커피가 나쁘다는 논문이 한 트럭인데, 몸에 좋다는 논문도 그만큼 있다고 해요.
음식에 궁합이 있다는 것도 아시나요? 예로 당근과 오이는 같이 먹음 영양소를 파괴한다고 하죠. 미역과 대파도 마찬가지예요. 이것저것 섞어먹는 비빔밥이 생각처럼 몸에 좋지 않다는 연구가 많아요.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른 것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어요. 지금이야 몸에 좋다고 철저하게 믿고 있는 토마토가 100년 뒤 색다른 결과가 발표될지 알 수 없어요.
저는 밥이랑 김치를 제일 좋아해요. 고기도 잘 먹고요. 요리가 재밌고 즐거워서요. 저녁은 전복 요리를 하려고 사두었습니다. 지금 전복이 철이라 값이 괜찮아요.
저 역시 아이들에게 다양하게 먹이려고 노력해 왔는데요. 제철 음식을 챙겨주는 식이에요. 반드시 뭔갈 먹여야 한다.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 내리셔도 좋아요. 순전히 내가 덜 괴롭기 위해섭니다.
제철 음식은 비단 생선만이 아니라 채소와 과일에도 계절에 맞는 영양소가 들어 있어요. 자연의 지혜죠. 무엇보다 가격이 착하니까요.
꼭 영어 유치원을 가는 게 좋고, '무조건' 유학을 가는 게 좋다면 퍽퍽해집니다. 꼭 서울 살아야 좋고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게 정답일까요? 차라리 좋고 나쁨이 100% 확실하면 살기 쉽겠어요.
밖을 보는 건 좋아요. 대신 눈알 굴리면 어지럽잖아요. '나는 알 수 없다'라고 말해 주세요. 뭐가 좋고 나쁜 것은 그때마다 달라지는 것이고, 네겐 좋지만 나에겐 아닐 수도 있는 겁니다.
불평, 불만은 비교에 비롯하지요. 수그릴 필요 없습니다. 나는 김치가 좋아서 김치만 먹는 거니까요. ㅎㅎ 월요일입니다. 길게 심호흡 한 번 하고 시작해 볼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