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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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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Oct 01. 2024

즐겁지 않을 리가요..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10월 시작이에요. 타닥타닥, 장작 타들어가듯 비가 내려서요. 매트 앉아 감상했습니다. 날이 차가워질 것 같아요.


임시 공휴일, 개천절(10/3), 재량 휴교일(10/4), 토(10/5), 일요일까지. 내리 아이들과 붙어 지내야 해요. 


조용하다 싶음, 부엌에서 베이킹을 한다고 난장판을.. 드레스룸에 들어가 옷을 헤짚거나, 화장대에 세워져 있던 것이 스러져 있기도 해요. 장난감을 죄다 엎어 놓거나, 책을 겹겹이 쌓아놓은 채 무언가 열중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젤이 있으면 뭐 하나요. 사방에 튀는 물감에다 그림을 또 얼마나 그려대는지, 그런 날은 발 디딜 틈 없이 바닥에 말려야 할 작품이 널려 있어요.


잠시도 가만있지 않은 아이를 보며 나를 돌아봐요. 어른이라고 다른가요. 감추고 가리는 데 도가 텄을 뿐이에요. 내키는 대로 살라치면, 아이 못지않을 겁니다. 일을 벌이고 수습하고 또 다른 일을 벌이는 모습이, 저와 한 톨도 다르지 않아요.


재미만 찾는 것 같지만 나름 의미를 발견하기도 해요. 때로는 고군분투하며 그게 뭐라고, 미간을 찌푸리거나 울상이 되기도 합니다. 떨어져 바라보는 어미로서는 귀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요. 다 때려치우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건 꼭 나 자신에게 하는 말 같더라고요.ㅎㅎ


어제 아침, 요가원에 갔어요.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두 팔로 버티다 손목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어요. 하필 그제 요리하다 화상 입었던 손목이에요. 어제 따라 앓는 소리 내는 분이 많았어요. 아이가 열두 번째 작품을 칠하다 말고 버럭 성질을 냈던 것과 같아요.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만든 고통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계속해 목표를 만들어 고심하고 나아가는 우리 모습이 처연하고 아름다워요. 내 그림이 엉망이라고 내던지는 아이나, 문제가 문제라고 눈을 꼬빡거리는 제 모습이나 다를 게 없지요.ㅎㅎ 


비가 그쳤습니다. 마른 얼굴이 촉촉한 기분이에요. 비가 내리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대만치 세상은 놀랍도록 완전합니다.


아이들과 찜질방에 가요. 어딜 가서나 희한하게 제 자리가 있습니다. 미어터질 것 같아도 그러지 않더라고요. 자리 복이 있어서요. 얼른 책도 한 권 챙겨야죠. <개의 목적>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늦은 밤까지 손에 놓지 못했네요. 


즐거운 오늘, 즐거운 인생입니다. 행복한 오늘 되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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