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서늘한 새벽, 몸을 움직이며 열을 냈어요. 뒤로 한참을 앉아 있자니 땀이 식어 썰렁해집니다. 남빛 카디건을 꺼내 입었어요. 이러고 어느 날 눈을 뜨면 눈 덮인 겨울이겠죠?
낮엔 일하다 김훈 <허송세월>에 빠져 들었어요. 괜히 공책에 받아 적었고요. 필사라고 각을 세우진 않는데 그러고 있습니다. 따라 하고 싶은 문장을 적는다는 게 온통 베끼게 돼요.
단출한 집밥이 그리운 요즘이에요. 운동하고 나면 금세 출근해야 하고, 퇴근하면 집을 정리합니다. 어제저녁은 소시지를 굽고 포슬한 계란찜을 했어요. 세 종류의 김치를 상에 놓은 다음 노란 파프리카를 꺼냈습니다.
말하는 집밥은 된장찌개와 나물 반찬이 놓인 시골 밥상이에요. 품이 제법 들어가지요. 직장인이라면 요래 차리기가 간단치 않아요. 마트에 가서 장을 좀 봐야겠어요.
개천절입니다. 원래엔 음력 10월 3일을 기렸다고 해요. 국조 단군이 건국한날이지요. 아이가 아침 눈 비비며 문을 열고 나온다면, 한바탕 이야길 들려줄 셈이에요. 일제강점기에 개천절이 어떤 의미를 가졌었는지, 조상에게 10월은 어떤 의미였는지, 또 단군 할아버지 이야기는 빼먹어선 안 되겠죠.
늦은 저녁 장혜영 변호사님 책을 읽었어요. <사랑과 법>입니다. 제목부터 흥미를 끌어요. '사랑과 초콜릿'이든 '사랑과 계절'이든, 손이 갔을지 몰라요. 한창 읽다 보니 또 침대 머리맡까지 끌고 갔어요. 사람이 죽고 사는 데 사랑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을, 어쩌면 전부라는 걸 법조인이 말해요.
이즘 되니 교과 수업에 '사랑학'이 들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절반은 살았나 싶은 저라도 사랑이 어렵습니다. 세상 쉬운 일은 욕망이지, 사랑이 아니에요. 절로 하게 된다는 어른들 말씀은 틀렸어요. 정말이지 굶주린 느낌이에요.
온갖 무렵을 돌고 돌아 어디 도착하려나요.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이미 허송세월입니다. 일렁이며 흔들리지요. 커피 한 잔 내렸어요. 고소하고 씁쓸해요. 따듯하고 아득하네요.
주위에 애정하는 게 늘어가면 좋겠어요. 무생물이라도 좋아요. '사랑학'에 중요한 가르침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요. 우리 허송세월로 바쁘지만 사랑은 챙기기로요.^^
감기 조심하고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