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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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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Oct 09. 2024

드러누워서 하늘 보기

아침편지

안녕요. 하늘에 엷은 조명이 켜졌네요. 아침 하늘이 좋으려나 봅니다.


몸 마음은 어떠신가요? 저는 새벽만 꼬박 앓았던지, 편지 댓글에 염려해 주신 덕분인지 해가 기울 즘 괜찮아졌어요. 앓는 것이 당연하다 말해설 까요. 영원처럼 느껴지긴 해도, 맞아요. 아픔도 기쁨도 결국 지납니다.


새벽은 어깨, 허리를 늘리고 젖혔어요. 자동으로 탄성이 나옵니다. 요가하지 않을 땐 어찌 살았을까요. 굳으면 굳은 채로 몸이려니, 했을 거예요. 좀 더 단단하고 유연해지고 싶어요. 마음도요.


손가락만 한 손톱 깎이가 있어요. 그보다 반틈 작은 깎이도 있고요. 용도가 다릅니다. 손에 잡힌 대로 작은 깎이를 엄지에 들이댔어요. 날카롭긴 그지없지만 어찌나 쓸모없는지. 부들부들 떨며 힘을 줘봐야 빗금만 가는 겁니다.


작은 손톱깎이의 용도는 구석에 삐져나온 데를 다듬는 거예요. 큰 녀석과 모양이 같다고 발톱에 들이대면 절망에 빠지게 돼요.


사람은 어떨까, 싶은 거예요. 간장 종지에 국을 담으려니 계속 흘러넘치겠지요. 그래놓고 자기 스스로를 쓸모없는 인간이라 치부할지 몰라요. 숟가락이 젓가락 역할을 할라치면 면을 먹을 때엔 분통이 터질 거예요.


토돌 토돌 밥알은 제 맛이 나고 김치라면 새롭게 매콤합니다. 뭐 하나 없다면 서운해요. 몸에서 기능하는 것마저 닮은 듯 다를 테지요.


나와 너의 역할, 그 자리를 정하는 건 바로 '나'예요. 작은 깎이를 큰 깎이처럼 쓰려했던 건 바로 접니다. 써볼 수는 있겠는데요. 안된다면, 잘 되지 않았다면 그러려니 해야죠. 설사 제 역할을 몰라 보았다 한들, 잘못 본 일조차 나의 책임인 겁니다.


간장을 놓으나 국을 담으나, 세상 기준 따라 뭐가 더 좋다 할 뿐이에요. 따지면 누구에게나 좋고 나쁜 게 있습니다. 수많은 항목에서 하나를 낚아 비교합니다. 거기서 행복을 찾는 우리예요.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그대와 내가 다를 것이 없어요.



견해보다는 태도입니다. ^^ 오늘을, 그리고 나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한 번쯤 돌아 보면 어떨까요? 오판하거나 심판할 바엔 장판에 드러눕기로요. 그런 마음이 솟구칠 때엔 도리어 아무 할 일이 없습니다.



한글날이에요. 성군(聖君)이신 세종대왕님 덕에 우리말을 읽고 씁니다. 캄캄한 밤엔 침대에서 아이들과 한창 한글의 우수성을 말하고 잠들었어요. 그대 눈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소중한 지금 시간도 아름다운 한글 덕분이지요.


행복한 연휴 보내시길. ^^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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