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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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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Oct 11. 2024

질문은 사랑이다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무질서하게 안개가 퍼져가요. 새벽 내내 뽀얗고요. 등대처럼 멀찌감치 불빛이 반짝일 뿐이에요. 잠은 잘 잤나요?


읽다 일하다 하루가 갔습니다. 어깨를 스친 사람 중엔 영업의 고충을 말한 분이 있었어요. 거절받을 때의 쓰라림을요.


나라면 어땠을까, 과거를 떠올려 봅니다. 그리 오래지 않아요. 제게 어려움을 고백하는 사람은 강렬한 음악을 기대하는 사람처럼 제 입을 바라봤어요.


거절이 두렵지 않아요. 아프지 않다고 말해야 맞아요. 내 시간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 시간이 그래서요. 만일 상대가 결정하지 못한다면, 미적대는 이유를 묻고 해결해요. 기다, 아니다,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예요. 거절이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아픈 게 아니라 감사한 일이죠.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고 해요. 과연 첫인상만 그럴까요. 구불구불한 인생길을 우린 잘 알아요. 알고 있자니 투명하게 알고, 확신을 가지고 싶어 해요. 불가능하니까요.


결정 장애가 있다고 말하는 분이 있어요. 정말은 이미 내키는 선택이 있지요. 과감하게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 부족해섭니다. 평소 타인에게 의지했던 관성 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함정이 가득해 보이는 안갯길을 더듬더듬 나아가는 게 인생 아닌가요. 정답을 안다는 사람에게 의지해야 원망만 쌓입니다. 마지막 밤이 저물 때면 회한이 차오를 거예요. 내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살았구나, 하면서요.


백날 의견을 구했다 하더라도, 고민을 나눴다 해도 정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요. 진실을 말하자면 이미 나는 선택을 했는지 몰라요. 물론 가, 나, 다중에 '다'를 품고 있어도 남들 따라 '가'를 선택할 수 있지요.


확실하고 안전한 길이라는 건 환상이에요. 죽음이 불확실하듯 삶이 그래요. '다'를 선택한 사람을 이해할 없을 뿐이지, 기준으로 판단한 옳다고 말할 없어요. 각자 구불구불한 길을 걷고 있는 셈이에요. 나의 서사는 우주 유일입니다. 타인도 마찬가지고요.


만일 영업을 잘한다면 방법은 배려에 있어요. 질문하는 능력과 사랑하는 능력입니다. 결정을 내리기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정작 타인이 아니라, 나를 생각하느라 묻지 못할 뿐이에요.


사랑은 주는 마음이에요. 재밌는 건 상대를 위하는 게 곧 나를 위하는 게 된다는 점이에요. 타인의 시간을 아껴주려니 내 시간을 법니다. 


시간은 삶입니다. 오늘도 내 목숨을, 내 시간과 타인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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