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좋아합니다. 귀가 어두운 엄마 밑에 자라 조용한 걸 선호하는지 몰라요. 20대 혼자 살 적에도 티브이를 거의 켜지 않았어요. 결혼 후라도 역시, 티브이가 없는지 오래입니다. 유튜브로 간간이 잔잔한 음악을 듣긴 해도 그마저 틀지 않을 때가 많아요.
예상한, 허락한 소음엔 또 둔합니다. 예로 운전해 가는 동안 아이들이 뒤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웃고 떠들 때요. 옆에 다른 분이 "너는 저 소리가 거슬리지도 않니?" 라며 핀잔한 적이 많아요. 싸우는 게 아니라면야, 하고 곰처럼 대답했지요. 그래, 그런 소린 또 괜찮네요.
그뿐 아니라 윗집 소음도 그래요. "왜 저래?"라고 누가 말하면 "뭐가?"라고 대답했어요. 알고 보니 몇 날 며칠, 소음을 낸다는데요. 제 귀엔 그게 또 잘 안 들립니다. 실은 들리긴 하는데요. 아이들 소리처럼, 나뭇잎에 비가 부딪히는 소리, 차가 다니는 소리처럼 익숙해졌달까요.
일할 때 깔깔, 왕왕대며 잡담하는 소리도 그래요. 무슨 이야길 하는지 저는 잘 듣지 못합니다. 바람이 웅성대는 소리처럼 스쳐갈 뿐이에요.
"민혜 씨! 사람들이 바로 옆에서 떠들었는데 못 들으신 거예요?"라는 이야길 듣곤 해요. 이즘 고백하고 보니, 투명한 귀마개라도 쓰고 살아가는 기분이네요.
새벽은 모든 소리가 감감하지요. 창밖에 빛깔이 변하는 모습, 하필 까맣고 푸르스름하다 노오랗게 나아가는 것마저 제 마음에 쏙 듭니다. 일어나 음양탕을 마시고 매트 앉아 몸 마음을 살펴요. 오늘 또 타임스탬프 찍는 걸 깜빡했네요. 고거야 왕왕 잊긴 해도 새벽을 놓칠리는 없습니다.
내가 좋아야 해요. 남과의 비교를 통한 목표면 깔아 눕게 됩니다. 운동 하나를 하더라도 운동 그 자체가 목적이면 세상 얼마나 즐겁게요. 다이어트, 하다못해 건강한 몸을 목표에 둔대도 가끔은 정말이지 하기 싫어집니다. 무언갈 얻고자 하는 마음이라 그래요. 거래는 거래일 뿐이라, 어쩌고 보면 흥이 떨어집니다.
하다못해 성장이 목적이라도 마찬가지예요. 나의 성장 그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거면 좋지요. 대개 나보다 앞선 누군갈 세우고 나아가는데요. 시선이 밖을 향해 있어서요. 수치심은 물론이고 불안이 튀어나옵니다. 설사 감정을 누르고 성장한들, 늘 나보다 높이 있는 사람이 보일 거예요.
내가 기뻐야 해요. 쉬고 싶으면 쉬고, 늘어지고 싶을 땐 꽤나 허용해 봐야 합니다. 그러다간 계속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살아있다면 뭔갈 하고 싶어 집니다. 억지로 남의 삶을 살게 하지만 않는다면요.
아침 가을 소풍가는 아이 도시락 싸고 요가 다녀올게요. 그러고 돈 벌러 가야지요. 오늘도 우주 그 자체인 그대가 편안하길, 행복하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