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11월 마지막 주 시작이에요. 이곳엔 수요일 즘 첫눈 소식이 들려요. 핫팩을 꺼낼 때입니다. 주중에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네요.
길을 지나다 우연히 갓난아기를 보았어요. 바람이 차설까, 신생이라 그럴까 발그레한 볼이 귀엽습니다. 젤리 같은 입술에선 맑고 투명한 침이 줄줄 흘러나왔어요. 우리 아이가 아기였을 때에도 으레 손수건을 받치곤 했지요. 나는 기억에 없지만 나도 아기였을 땐 저리 침을 흘렸을 겁니다.
무어라도 입에 넣으려는 기세로 달려드는 걸 봐선 군침이 틀림없어요. 인간의 호기심은 태생적이에요. 하필 저는 무른 바나나를 먹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어찌나 간절하던지, 얼른 건네고 싶었어요.
성인으로 자란 꼬마는 더 이상 침을 흘리지 않아요. 호기심이 줄면 세타파가 나오지 않는데요. 세타파가 없으면 뇌 기능이 저하됩니다. 기억력은 해마와 관련 있다지만 흥미나 주의력, 뇌의 기능 전반은 세타파를 기억하시면 되겠어요.
동물 실험(?)에서도 나이 들수록 호기심이 줄어드는 걸 볼 수 있어요. 신속한 처리를 위해라면 익숙함에 젖기도 해야지만요. 어른이면 낯설게 보고 새롭게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되겠어요. 툭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일쑤니 까요.
루나가 낳은 고양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랍니다. 처음은 단풍이가 제일 예쁘더니, 식구 모두가 입을 모아 제일 못났다는 까미가 언제부턴지 미모 1위를 강탈했어요. 미묘하게 모습이 계속 달라지네요. 아님 그새를 못 참고 사람 취향이 변하는 걸까요. 어젠 그냥저냥 귀엽기만 한 땅콩이 미모가 제일이라고 여겼어요.
언뜻 보고 넘겨짚는 게 참 많아요. 뇌 입장에선 당연한 거예요. 컵을 보며 이게 컵일까, 아닐까 매번 의구스러워하면 곤란하겠죠. 새로운 가능성을 닫아야 실상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는 거예요. 효율을 올리려는 거죠. 그러한 속성을 알고 활용하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다시 보기, 새롭게 보기를 애써 시도하는 거예요.
여느 날처럼 왼쪽 아래 어금니부터 칫솔을 대지 않고 앞니부터 닦아보는 겁니다. 늘 오른발부터 신발에 욱여넣었다면 오늘은 왼 발부터요. 괜히 다니는 길이 아니라 옆에 다른 길로 가봅니다. 새삼 아이 얼굴을, 옆에 있는 사람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미처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거들랑 그 이야길 상대에게 들려주셔도 좋겠어요.
날 춥다고 창문은 닫더라도 마음의 빗장은 열어 두시길. 새로운 오늘을 가슴 열고 시작합니다. 감사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