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어마어마한 양의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날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1탄 :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편을 참고하세요.)
엄마들이 모여있는 오픈 채팅방은 오늘도 예외 없이 시끄럽습니다.
대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19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숙제는 다들 마무리했을까요?"
"아니요 ㅜ ㅜ, 시간이 왜 이리 걸릴까요? 어떠셔요?"
"과제량이 많아요. 사자성어도 그렇고.... ㅠ ㅠ"
"선배 엄마들을 만났는데 숙제를 안 해오는 학생은 없으나 생기부에 안 들어가니 그렇게 열심히 하지 말라네요."
"저희 아이는 직속 선배한테 물어봤는데 검사도 안 한다고, 다들 거의 안 해온다고 했다고 반포기(?) 상태예요."
"학교 숙제한다고 수학(학원 숙제)을 못하니 속이 탑니다."
"아이가 아는 선배가 많은데 왜 시간 투자하냐고 했다면서.... 오히려 숙제를 설렁설렁해서 걱정입니다."
"저도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말도 못 하겠어요... 학원 숙제도 못하고... 벌써 고등 생활이 걱정되네요."
"속말을 다 못해서 몸에서 사리가 나올 거 같아요."
"저만 걱정되는 게 아닌가 보네요."
엄마들의 걱정, 조바심, 체념, 푸념, 탄식의 말들이 가득합니다. 읽고 있으면 '엄마들의 마음이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상한(?) 연대감마저 생기는 듯합니다.
그런데 같은 학교의 선배 혹은 선배 엄마들로부터 들은 얘기가 조금씩 다르군요. 누구는 하는 게 맞다, 누구는 거의 안 해온다, 누구는 시간 낭비다... 내 아이의 경우라면 부모인 나는 어떻게 말해주는 것이 옳을까요?
생기부에 과제 완료의 내용이 반영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과제를 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 혹은 잘못된 점을 찾았는지, 어떤 과제가 유독 어려웠는지, 어려울 때는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지, 시간 관리는 적절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게 우리 아이들에게 더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큰 아이는 계획형에 가까워서 시험을 앞두고도 세세한 계획을 먼저 세우고, 거기에 맞게 준비하려고 애쓰는 타입입니다. 그런데 과제량이 많아서였을까요, 아니면 시간이 많다고 느껴서였을까요. 과제 하나 마치고 뿌듯함에 젖어 하루, 다음날 과제 하나 마치고 또 성취감에 젖어 하루, 이렇게 일주일이 휙 지나갔습니다.
저는 조용히 아이를 관찰하다가 엑셀 파일로 체크리스트 하나를 만들어 카톡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자신이 해야 하는 과제의 분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딸아이는 파일을 받고 그제야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았습니다.
과제 제출 하루 전날의 수행률
그날 밤, 아이와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딸아이는 과제는 완료해서 제출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과제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어렵다 여겨지는 것은 자꾸 미루고, 쉽게 혹은 빨리 마칠 수 있는 것 위주로 하려고 했었다고 고백하듯 얘기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앞으로는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요즘 많이 느슨해져서 플래너도 안 쓰고 있었는데 딱 표가 나더라면서.... 플래너도 다시 써야겠다고 했습니다.
방학 과제는 어떻게 하면 남은 시간 동안 과제를 다 마칠 수 있을지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게 했고, 과제의 우선순위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면 좋을지도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또 만약의 경우 과제를 다 완료하지 못한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대화 끝에 "엄마 아빠가 도와줄 건 없을까?" 물었습니다.
목표한 것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필요한 일임을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딸아이는 생각해 보고 얘기하겠다고 하더군요.